[(돌봄)]레터투레터 12. 밝은 빛을 따라 (11.16, 혜성)

2021-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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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번째 편지,

밝은 빛을 따라



Ashley Batz

가은씨의 편지를 읽고 나니, 주고받는 사랑을 어떤 형태 안에 가두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그게 가능성을 축소할 수 있겠다 싶어요. 더군다나 저의 ‘나’ 중심적인 사고를 들킨 듯 하여 조금 부끄럽네요. 가은씨가 관계 안에서 사랑을 해석했다면 저는 순전히 제 안에서 일어나는 일만을 이해하려 한 것 같거든요. 

저의 좁은 관점에서 조금 성장하고 싶어서 최근에 관심 두고 있는 주제가 ‘마음 이론'입니다. 자신과 타인의 마음과 정신적 상태에 대해 이해하는 발달 이론 중 하나인데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부분도 있고, 발달 과정 중 환경에 따라 습득하기도 하는데 기본적으로 마음과 행동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에 대한 이해 과정이에요. 언제나 누군가를 응원하는 것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자신 있었는데, 과연 이게 맞는 방향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더라고요. 무조건 잘했다, 잘한다고 하는 것이 올바른 피드백인지에 대한 회의와 함께 그들이 필요로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너무 없는 것은 아닌가 싶었어요. 누군가를 지지하는 마음과 응원하는 행동 사이에 진짜 코어가 무엇인가 궁금해졌습니다. 이는 결과를 중시하지 않고 늘 원만한 과정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함이 아닌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적절한 피드백을 통해서만 가능한 올바른 성장을 방해하는 행동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Theory of mind
변해야겠더라고요. 그간 안전했던 유리온실 같은 마음의 벽을 허물고, 저와 타인의 성장을 위해서 조금 더 용기를 내보려 해요. 살면서 한 번도 써보지 않은 방식이라, 새롭게 공부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헨리 M.웰먼이 저술한 <마음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읽고 있어요. 저자는 아주 오랜 기간 어린아이들의 마음 이론 발달에 대해 연구해왔는데, 우리의 삶을 크고 작은 방식으로 형성하는 마음 읽기는 어린 시절에 시작해 점차적으로 쌓여간다고 말해요. 육아하는 부모들에게도 매우 유익할 것 같아서, 혹시 관심이 있으시다면 추천합니다. 

사실 특별함이란 것이 굉장히 주관적인 판단이잖아요. 고유 성질에 어떤 의미를 더하냐에 따라 특별함이 생기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유튜브를 보다가 배운 지식인데요. 산화알루미늄에 소량의 크롬이 섞이면 루비가 만들어진대요. 원소들이 모여 우연히 새로운 광물을 만들어냈을 뿐인데, 우리는 그것을 ‘보석’이라 말하고요. 그냥 광물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발견해서 의미를 붙이고 특별한 시선으로 보니 귀한 것이 됐어요. 이렇게 생각하면 가은님의 말처럼 아이의 타고난 기질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냐가 더욱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주변 분들이 온유를 하나같이 ‘특별한 아이'로 보는 것처럼 저 역시 온유가 남다르게 느껴져요. 이미 첫 만남에 마음을 홀딱 빼앗겨버렸거든요.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씨앗 이모에게 인사하고 가겠다며 가게로 다시 들어왔던 거 기억하시죠? 차마 제게 다가오지 못하고 두 발자국 떨어진 거리에서 배실배실 쑥스러운 듯 웃기만 하던 꼬마에게 어떻게 사랑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어요. 사랑스러운 꼬마에겐 제가 가진 모든 밝은 기운을 다 쏟아내고 싶어집니다. 







‘아이는 엄마(아빠)의 눈빛으로 자란다.’라는 가은씨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합니다. 비단 아이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다 큰 어른을 보듬을 때도 같은 생각을 하게 돼요. 누군가 내 생각이나 행동에서 좋은 점을 발견하고, 지지해주면 그걸 유지하고픈 마음이 생기지 않나요? 따뜻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 부쩍 자라있는 거죠. 이런 마음은 식물의 줄기나 잎이 빛의 쫓으며 자라는 모습과 닮은 것 같아요. 이런 현상을 식물의 ‘굴광성’이라고 하는데요. 식물의 굴광성은 ‘옥신'이라고 하는 일종의 식물 호르몬 작용이에요. 빛에서 먼 쪽에 있는 세포가 빛에 가까운 세포보다 빠르게 자라기 때문에 빛의 방향에 따라 줄기가 휘게 된답니다. 굴광성이 큰 식물일수록 해를 향해 몸을 많이 틀게 되는데,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성장에 필요한 양분을 만들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꼭 필요한 성질이에요. 빛을 더 많이 볼 수 있는 기회를 자기 스스로 만들어내는 거죠. 상대방의 믿음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도 이와 같다고 생각해요. 믿음은 밝은 빛이 되고, 빛에 따라 특별함이 더 자라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런 마음은 이미 아이들 마음속에도 있어서, 빛에 따라 자신의 모양을 바꾸는 식물처럼 아이들도 그렇게 자라지 않을까 싶어요. 가은씨 바람대로 부모와 주변 어른들의 밝은 기운을 받고 그에 따라 자신을 다듬으면서요.



11월 16일

혜성 드림






글 | 문혜성 goldpricepergram@gmail.com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만 집착한 나머지 어느 한 곳에 마음 두지 못하고 주변부를 맴도는 삶을 살았습니다. 쉽게 변덕 부리며 늘 새로움을 갱신하여 주니어 인생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좌절한 적이 있으나, 어쩔 수 없는 팔자라고 받아들이고 ‘성장은 팔순까지’를 목표로 살고 있습니다. 콘텐츠 기획과 마케팅을 업으로 ‘이직의 아이콘’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10년 동안 10개 넘는 조직을 넘나들며 일했습니다. 가장 최근엔 쉽게 퇴사가 어려운 동업을 시작하여 ‘씨드키퍼’란 이름으로 주어진 공간에서 자연과 가깝게 지내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편집 | 씨드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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