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레터투레터 0. 대화를 시작하며

2021-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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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터 투 레터

: 작고 소중한 것들을 돌보는 대화




The true spirit of conversation consists in building on another man’s observation, not overturning it.
대화의 참된 의미는 다른 사람의 관찰을 뒤집는 것이 아니라 그 관찰을 바탕으로 구축하는 데 있다.

Edward Bulwer-Lytton
에드워드 불워리턴






편지에서 편지로 이어지는 무수한 글자들 사이에 마음의 장면이 담겨있다. 아이와 함께 무지개를 구경했던 일과 여름이면 밭에 제철 채소가 넘쳐나는 인생의 한 장면을 나누며, 아이를 기르는 일과 식물을 돌보는 것이 얼마나 닮았는지에 대해 서로 공감한다. 이 둘의 공통점은 서로의 관계에서 평가가 필요 없다는 점이다. 그저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함께 하루를 알차게 살아내면 된다.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완전에 가까운 사랑을 경험하고 있다. 아이와 식물을 기르는 과정을 통해 자신도 돌봄받는 감정을 느끼며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배움의 길을 걷는다. 

이제 막 무언가를 길러내기 시작한 사람들의 대화에는 자신보다 더 어리고, 약한 것을 향한 우려와 걱정이 묻어있는데, 이것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표정이다. 막중한 책임감으로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처럼 보일지언정 세상사 작고 소중한 것을 돌보는 과정은 원래 이렇다.  나 아닌 다른 것에 마음을 쏟는 일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마음을 옮기는 과정인 만큼 여러 가지를 헌신해야 한다. 그러나 머지않아 돌보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사실은 사랑과 돌봄의 과정을 통해 더 큰 보상을 받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 대화는 그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이자, 어떻게 우리의 삶과 태도가 변했으며, 더 밝은 빛을 쫓아 나아가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돌본다는 것은 일련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우선은 대상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어린아이를 돌보는 일처럼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온 신경이 곤두서 자꾸만 시선이 간다. 여러 번 해보면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순간이 온다. 이해하면 마음이 간다. 마음이 가면 아끼게 되고, 아낀다는 것은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자리잡았다는 단서다. 본능과도 같은 이 베풂의 과정은 한번 터져 나오면 사방으로 확장된다. 둘의 관계에서 셋 그리고 넷으로 퍼져나간다.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며, 그 관계가 언제 어느 때고 바뀔 수 있다. 이렇게 돌봄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수시로 관계가 뒤바뀌면 단단한 울타리가 생긴다. 혼란스러운 외부 세상과는 상관없이 울타리가 단단해질수록 우리는 안전을 느끼고 그 안에서 평안을 찾게 된다.  

나 외의 것을 돌보는 행위는 인생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 이것은 예측불가능한 위험을 인생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마음의 근육을 단련하고 기초대사량을 올리는 일이다. 돌봄의 결과는 눈에 쉽게 보이지 않아 가끔은 우리를 시험에 빠트릴 수도 있다. 에너지를 쏟아 무언가를 일구면 그에 대한 대가가 따른다. 가끔은 왜 하는 것인지, 허송세월한 것은 아닌지 자기 의심이 들지언정, 시간이 지나 계절이 바뀌면 비로소 우리는 이룬 것이 무엇인지 강한 확신을 갖게 된다. 현실로 나타난 ‘가장 소중한 것’의 모습을 마음으로 볼 수 있다. 가장 소중한 것들은 결코 일회적이지 않고, 이 과정 사이에 붙어있던 무수한 에너지로 가능성을 선물한다. 그것은 밝은 빛이며, 희망이다.






'레터 투 레터'는 두 명의 글쓴이가 편지로 주고 받는 대화를 기록한 글로 매주 한 편씩 연재됩니다. 
편지글은 계속해서 꾸준히 쌓일 예정이며, 전시 또는 책 등 다양한 형태의 모습으로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서가은 kaeunspace@gmail.com

'무엇을 위해 사는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채 아이를 낳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삶의 중요한 질문들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아이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고민할 때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즐거워했는지 기억하는, 가장 가까운 증인이 되어주기 위해 아이의 일상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기록합니다. 훗날 아이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묻는다면 반갑게 대화할 수 있는 따뜻하고 지혜로운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아이를 낳기 전 아르코미술관과 헬로우뮤지움 어린이미술관에서 전시를 기획하였고, 어린이 작업실 DD238을 기획하고 운영하였습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어린이 작업실 MOYA 임팩트 리서치에도 참여하였습니다.

 


문혜성 goldpricepergram@gmail.com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만 집착한 나머지 어느 한 곳에 마음 두지 못하고 주변부를 맴도는 삶을 살았습니다. 쉽게 변덕 부리며 늘 새로움을 갱신하여 주니어 인생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좌절한 적이 있으나, 어쩔 수 없는 팔자라고 받아들이고 ‘성장은 팔순까지’를 목표로 살고 있습니다. 

콘텐츠 기획과 마케팅을 업으로 ‘이직의 아이콘’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10년 동안 10개 넘는 조직을 넘나들며 일했습니다. 가장 최근엔 쉽게 퇴사가 어려운 동업을 시작하여 ‘씨드키퍼’란 이름으로 주어진 공간에서 자연과 가깝게 지내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글 | 씨드키퍼
사진 | 씨드키퍼, 서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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