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에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쏟느라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엇이 불필요한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리는 언제나 알 수 없는 불안과 싸우고 있다. 가진 열정을 모두 태우며 살아낸 날에도, 조금은 느슨했던 날에도 불안은 기본값이었다. 이 불안은 ‘남들에게 뒤처지는 건 아닐까?’, ‘내 노력이 모자란 것은 아닐까?’의 얼굴을 하고 있다. 과연 이 마음이 합당한 것인지 구분하기가 여간 쉽지 않았는데, 이만큼도 괜찮다는 자기합리화 편에 서자니 게으른 사람이 된 것만 같고, 불안의 편을 들자니 마음은 늘 절벽 끝에 서 있는 것만 같았다. 불안을 이겨내고 불필요한 것을 가려내기 위해 정의로운 판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느린 삶을 위한 준비가 필요했는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작업실 이웃인 보라님의 ‘라이프 컬러링'이었다. 라이프 컬러링(@lifecoloring_official)은 자아 발견 문화를 제안하는 브랜드로, 직접 개발한 툴킷을 통해 일상과 휴식을 재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워크숍을 운영한다. 라이프 컬러링은 ‘다정한 성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나를 다그치지 않으면서 알맞은 속도를 찾아가는 것,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짐으로써 불필요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이것이 라이프컬러링의 워크숍에 임하는 기본자세이자 그라운드룰이다. 우리는 ‘발견’하는 것이지 ‘평가’하지 않는다.
'컬러루틴키트'는 구성품이 업그레이드 된 새로운 버전으로 다시 런칭될 예정이다.
사진과 메신저, 일정 앱까지 모든 기록을 총동원해서 지난 일주일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적하는 중
평일 목요일 오전, 우리가 참여한 워크숍은 ‘컬러루틴키트'를 활용한 ‘루틴 컬러링(나의 일주일 루틴 컬러로 그려보기)'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보라 님의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자세히 듣고 시작하니, 몰입이 더 쉬웠다. 종이 위에 나의 일주일을 되짚어 기록하고 컬러로 분류하는 작업을 했다. 스스로 주제를 설정해 나의 일주일을 되돌아보며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찬찬히 들여다보면 눈에 보이지 않았던 패턴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패턴들 사이에 껴있는 감정들을 되새김질하고, 특히 좋은 감정을 느꼈던 순간들을 수집한다. 내 마음에 도움이 되는 순간은 반복하여 강화하면 좋다. 이 과정들을 물 흐르듯이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지난 일주일에 고유의 이름도 붙여주게 된다. 배를 채우기 위해 허겁지겁 먹은 일주일이라는 끼니를 부드럽게 소화한 느낌이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일상을 마주하는지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는 키트의 종이 한 장이 나를 이해하는 도구가 된다.
‘루틴 컬러링' 워크숍은 통찰 명상과 비슷한 원리였는데, 도구를 통해 누구나 쉽게 내면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명상에 관심은 있지만, 입문이 망설여진다면 라이프 컬러링은 훌륭한 대안이 될 것 같다. 평소 보라님의 작업을 눈여겨본 이유는 모든 불안을 가시화할 수 있는 툴킷과 상담형 워크숍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의 일주일을 해석하는 보라님의 언어는 탁월했다.
'루틴 컬러링'을 통해 마주한 우리의 일주일
다혜의 일주일. 움직이는 쉼
나에게 적절하고 좋은 휴식을 찾고 있는 중이라 ‘쉼’을 느꼈던 순간들을 다시 ‘움직이는 쉼’과 ‘가만히 쉼’으로 나누었다. 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가만히 쉼’이 필요하지만, 복작복작 움직이며 무언가를 하더라도 스스로 ‘쉼'이라고 느끼는 순간들도 꽤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하루의 끼니를 챙기는 것은 일상 중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순간이고, 그래서 직접 요리하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의미가 크다. 음식 재료를 준비하는 순간부터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게 먹고 치우는 것까지가 하나의 즐거운 과정이다. 요리는 잡생각 없이 깨끗하게 그 자체에 몰입할 수 있어 즐겁고, 맛있는 음식까지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 요즈음은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적당한 휴식을 갖기가 쉽지 않았는데, 보라님은 직접 요리한 음식을 차려먹는 것처럼 나에게 리프레쉬가 될만한 일들을 의도적이고 강제적으로 더 많이 갖는 것을 제안했다.
혜성의 일주일. 냉탕과 온탕 사이
감정의 단차가 큰 일주일이었다. 친구들과의 만남이 매우 기쁘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몸이 아파 다운되기도 했다. 마감할 글이 여러 개였는데, 마음처럼 완성되지 않아 ‘나는 왜 이 모양일까, 나이는 다 어디로 먹었을까?’ 자책하는 나날이었다. 하루 중 의도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갖는다. 물리적인 의미보단, 정신적으로 홀로 있는 시간을 꼭 갖는다. 보통은 이때 명상을 하는 편인데, 요즘에는 걷거나 자전거를 탄다. 이 시간만큼은 다른 이들의 감정이나 세상 일은 내려놓고 오로지 나와 내 감정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이 루틴의 연장선상에서 강제적으로 책 읽는 시간을 지켜왔는데, 보라님은 강제성을 내려놓고 원하는 시간만큼 원하는 양의 책을 읽음으로써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아보는 것을 제안했다.
이번 세션은 둘이 함께 할 수 있어 특히 좋았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상대방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달은 바가 있었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알고 있었지만, 귀찮게만 느껴지는 과정이 다혜에게는 모두 즐거움이었다니! 흥미로웠던 점은 일주일을 분석하는 보라님과 그에 대해 대답하는 다혜의 대화를 제삼자 입장에서 듣다 보니 심리적 거리가 생겼다. 한 발치 물러서서 상대를 좀 더 깊숙하게 이해하고자 노력할 수 있었다. 직접적인 대화에서 좀처럼 발견하기 힘든 안정감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런 그룹 세션에서 가장 좋은 점은 휴식 레퍼런스를 수집할 수 있는 점이다. 상대방의 일주일을 궁금한 마음으로 경청하면, 타인의 일상을 통해 남이 어떻게 쉬는지 보고 배우게 된다. 이때 자기 주도적인 훈련도 동반되는데, 일주일이 그려진 기본 템플릿을 제외하곤, 카테고리를 직접 설정하고 그 안을 채우는 것은 온전히 본인의 몫이다. 여기엔 옳고 그름이 없기 때문에 오직 ‘나의 기준’만 있으면 된다.
일주일이 그려진 차트를 눈으로 확인하니, 물때처럼 구석에 껴있던 불안이 조금은 흘러내려 가는 것 같았다. 의외로 짜임새 있게 지냈구나 싶어 안도가 되지만, 자기충전의 시간이 부족한 듯 보여 앞으로 무엇을 해나가면 좋을지 확실해졌다.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최근 출간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책 광고를 봤다. 엄유정 작가의 표지 그림도 멋졌지만, 무엇보다 책 띠지에 올린 카피가 인상적이어서 냉큼 장바구니에 넣었다.
“적자생존은 틀렸다. 진화의 승자는 최적자가 아니라 다정한 자였다.”
만약 이것이 정말 참이라면,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먼저 친절한 보육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나를 보살피지 못하는 다정에는 힘이 없다. 다정도 노력이다. 진정한 자기 이해에서 출발한 다정함으로, 세상을 밝히는 진화의 승자가 되어보자.
나무늘보 식의 삶의 지혜 중 다섯 번째는 ‘불필요한 것을 과감히 떨쳐내기'다.
사소한 것에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쏟느라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엇이 불필요한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리는 언제나 알 수 없는 불안과 싸우고 있다. 가진 열정을 모두 태우며 살아낸 날에도, 조금은 느슨했던 날에도 불안은 기본값이었다. 이 불안은 ‘남들에게 뒤처지는 건 아닐까?’, ‘내 노력이 모자란 것은 아닐까?’의 얼굴을 하고 있다. 과연 이 마음이 합당한 것인지 구분하기가 여간 쉽지 않았는데, 이만큼도 괜찮다는 자기합리화 편에 서자니 게으른 사람이 된 것만 같고, 불안의 편을 들자니 마음은 늘 절벽 끝에 서 있는 것만 같았다. 불안을 이겨내고 불필요한 것을 가려내기 위해 정의로운 판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느린 삶을 위한 준비가 필요했는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작업실 이웃인 보라님의 ‘라이프 컬러링'이었다. 라이프 컬러링(@lifecoloring_official)은 자아 발견 문화를 제안하는 브랜드로, 직접 개발한 툴킷을 통해 일상과 휴식을 재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워크숍을 운영한다. 라이프 컬러링은 ‘다정한 성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나를 다그치지 않으면서 알맞은 속도를 찾아가는 것,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짐으로써 불필요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이것이 라이프컬러링의 워크숍에 임하는 기본자세이자 그라운드룰이다. 우리는 ‘발견’하는 것이지 ‘평가’하지 않는다.
'컬러루틴키트'는 구성품이 업그레이드 된 새로운 버전으로 다시 런칭될 예정이다.
사진과 메신저, 일정 앱까지 모든 기록을 총동원해서 지난 일주일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적하는 중
평일 목요일 오전, 우리가 참여한 워크숍은 ‘컬러루틴키트'를 활용한 ‘루틴 컬러링(나의 일주일 루틴 컬러로 그려보기)'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보라 님의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자세히 듣고 시작하니, 몰입이 더 쉬웠다. 종이 위에 나의 일주일을 되짚어 기록하고 컬러로 분류하는 작업을 했다. 스스로 주제를 설정해 나의 일주일을 되돌아보며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찬찬히 들여다보면 눈에 보이지 않았던 패턴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패턴들 사이에 껴있는 감정들을 되새김질하고, 특히 좋은 감정을 느꼈던 순간들을 수집한다. 내 마음에 도움이 되는 순간은 반복하여 강화하면 좋다. 이 과정들을 물 흐르듯이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지난 일주일에 고유의 이름도 붙여주게 된다. 배를 채우기 위해 허겁지겁 먹은 일주일이라는 끼니를 부드럽게 소화한 느낌이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일상을 마주하는지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는 키트의 종이 한 장이 나를 이해하는 도구가 된다.
‘루틴 컬러링' 워크숍은 통찰 명상과 비슷한 원리였는데, 도구를 통해 누구나 쉽게 내면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명상에 관심은 있지만, 입문이 망설여진다면 라이프 컬러링은 훌륭한 대안이 될 것 같다. 평소 보라님의 작업을 눈여겨본 이유는 모든 불안을 가시화할 수 있는 툴킷과 상담형 워크숍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의 일주일을 해석하는 보라님의 언어는 탁월했다.
'루틴 컬러링'을 통해 마주한 우리의 일주일
다혜의 일주일. 움직이는 쉼
나에게 적절하고 좋은 휴식을 찾고 있는 중이라 ‘쉼’을 느꼈던 순간들을 다시 ‘움직이는 쉼’과 ‘가만히 쉼’으로 나누었다. 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가만히 쉼’이 필요하지만, 복작복작 움직이며 무언가를 하더라도 스스로 ‘쉼'이라고 느끼는 순간들도 꽤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하루의 끼니를 챙기는 것은 일상 중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순간이고, 그래서 직접 요리하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의미가 크다. 음식 재료를 준비하는 순간부터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게 먹고 치우는 것까지가 하나의 즐거운 과정이다. 요리는 잡생각 없이 깨끗하게 그 자체에 몰입할 수 있어 즐겁고, 맛있는 음식까지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 요즈음은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적당한 휴식을 갖기가 쉽지 않았는데, 보라님은 직접 요리한 음식을 차려먹는 것처럼 나에게 리프레쉬가 될만한 일들을 의도적이고 강제적으로 더 많이 갖는 것을 제안했다.
혜성의 일주일. 냉탕과 온탕 사이
감정의 단차가 큰 일주일이었다. 친구들과의 만남이 매우 기쁘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몸이 아파 다운되기도 했다. 마감할 글이 여러 개였는데, 마음처럼 완성되지 않아 ‘나는 왜 이 모양일까, 나이는 다 어디로 먹었을까?’ 자책하는 나날이었다. 하루 중 의도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갖는다. 물리적인 의미보단, 정신적으로 홀로 있는 시간을 꼭 갖는다. 보통은 이때 명상을 하는 편인데, 요즘에는 걷거나 자전거를 탄다. 이 시간만큼은 다른 이들의 감정이나 세상 일은 내려놓고 오로지 나와 내 감정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이 루틴의 연장선상에서 강제적으로 책 읽는 시간을 지켜왔는데, 보라님은 강제성을 내려놓고 원하는 시간만큼 원하는 양의 책을 읽음으로써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아보는 것을 제안했다.
이번 세션은 둘이 함께 할 수 있어 특히 좋았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상대방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달은 바가 있었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알고 있었지만, 귀찮게만 느껴지는 과정이 다혜에게는 모두 즐거움이었다니! 흥미로웠던 점은 일주일을 분석하는 보라님과 그에 대해 대답하는 다혜의 대화를 제삼자 입장에서 듣다 보니 심리적 거리가 생겼다. 한 발치 물러서서 상대를 좀 더 깊숙하게 이해하고자 노력할 수 있었다. 직접적인 대화에서 좀처럼 발견하기 힘든 안정감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런 그룹 세션에서 가장 좋은 점은 휴식 레퍼런스를 수집할 수 있는 점이다. 상대방의 일주일을 궁금한 마음으로 경청하면, 타인의 일상을 통해 남이 어떻게 쉬는지 보고 배우게 된다. 이때 자기 주도적인 훈련도 동반되는데, 일주일이 그려진 기본 템플릿을 제외하곤, 카테고리를 직접 설정하고 그 안을 채우는 것은 온전히 본인의 몫이다. 여기엔 옳고 그름이 없기 때문에 오직 ‘나의 기준’만 있으면 된다.
일주일이 그려진 차트를 눈으로 확인하니, 물때처럼 구석에 껴있던 불안이 조금은 흘러내려 가는 것 같았다. 의외로 짜임새 있게 지냈구나 싶어 안도가 되지만, 자기충전의 시간이 부족한 듯 보여 앞으로 무엇을 해나가면 좋을지 확실해졌다.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최근 출간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책 광고를 봤다. 엄유정 작가의 표지 그림도 멋졌지만, 무엇보다 책 띠지에 올린 카피가 인상적이어서 냉큼 장바구니에 넣었다.
“적자생존은 틀렸다. 진화의 승자는 최적자가 아니라 다정한 자였다.”
만약 이것이 정말 참이라면,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먼저 친절한 보육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나를 보살피지 못하는 다정에는 힘이 없다. 다정도 노력이다. 진정한 자기 이해에서 출발한 다정함으로, 세상을 밝히는 진화의 승자가 되어보자.
글, 사진 | 씨드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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