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보는 사람들]'레터 투 레터'를 마무리하며 (11.18, 다혜)

2021-12-15
조회수 1669

요즈음 오래 전부터 원하고 바라왔던 것들이 천천히 이루어지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내 안의 씨앗은 언제 싹을 틔우려나 했는데, 아마도 지금이 그때인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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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은님과 온유의 이야기를 처음 읽었던 것은 약 2년 전 쯤입니다. 가은님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종종 소식을 접할 때마다 늘 반가운 마음으로 읽게 되었어요. 지극히 개인적이고 진솔한 글이었기에 편안했고, 때론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기록들은 육아일기라기 보다는 가은님과 온유 두 사람의 성장일기와도 같았어요. 기록들이 조금씩 쌓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읽으며 ‘좋아요’ 이상으로 ‘뭉클해요’, ‘기뻐요’, ‘눈물이 나요’와 같은 다양한 감정과 의견들을 나누고 싶어졌습니다. 가은님과 가끔 만나 점심을 먹으며 넌지시 이야기를 꺼내보기도 했습니다. 공개 계정으로 바꿔보는 건 어떤지, 독립 출판을 해보면 어떨지… 그때마다 가은님은 손사래를 치며 쑥스러워 했지만, 저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하는 심정으로 때를 기다렸습니다.

올해 여름 씨드키퍼의 팝업스토어에 가은님이 온유와 손을 잡고 나타났습니다. 엄마의 품에 안겨 있던 온유가 두 발을 땅에 딛고 걸을 만큼 시간이 많이 흐른 뒤였어요. 그리고 정말 의도한 것이 아니었는데, 그 날은 예전부터 서로의 존재만 알고 있던 가은님과 혜성님이 처음 제대로 마주한 날이었고, 제가 기다리던 ‘때’가 왔다는 직감이 드는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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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키워본 많은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매우 자연스레 삶의 지혜를 얻습니다. 그도 그러한데 씨앗부터 심고 키워보면 어떨까요. 작디 작은 씨앗이 단단한 껍질을 뚫고 싹을 틔워 성장하는 모습을 관찰하다 보면 씨앗 하나에 나와 너, 우리를 떠올리게 됩니다. 우리 모두가 품고 있는 씨앗, 각자 다른 모습으로 다른 시간에 발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게 되죠. 저는 공교롭게도 혜성님이 건네준 씨앗들을 통해 절대 잊지 못할 경험을 했고, 그 고마움을 다른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함께 씨드키퍼를 돌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장하는 작은 존재들을 돌보는 마음을 가은님과도 함께 글로 남겨보고 싶다는 욕심이 ‘레터 투 레터’의 시작이었습니다.

가은님와 혜성님이 함께 '레터 투 레터'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첫 번째 편지를 읽어보세요.
'레터 투 레터'의 서문, <대화를 시작하며>
가은의 첫 번째 편지, <작고 소중한 존재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7.11
혜성의 첫 번째 편지, <남겨진 기록이 아닌 함께 만들 대화를 기대하며> 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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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은님과 혜성님이 주고받는 편지는 각각 육아와 식물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은 그 대상을 향한 우리의 마음과 태도에 이르게 됩니다. 조금은 다른 듯 닮은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두 사람은 위로를 받거나 배움을 얻기도 합니다. 상대의 이야기에서도, 또 시간이 지나 다시 읽은 자신의 글에서도요.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나누는 것과는 사뭇 다른, 편지로 주고받는 대화는 훨씬 더 깊은 여운을 남기는 듯 합니다. 여름부터 겨울에 접어드는 지금까지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신 다른 분들의 감상은 어떠할지 궁금합니다. 아직 열 두 편의 편지들을 만나보지 못한 수많은 분들에게 닿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봅니다. 

‘레터 투 레터’가 씨앗이라면 이제 막 뿌리를 내리고 떡잎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높게 자라고 어떤 향기의 꽃을 피워낼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적당한 거리에서 적당한 애정과 관심으로 돌보는 것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가끔 혼자가 된 것 같거나, 앞길이 막막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면 종종 들러서 편지들을 다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독자분들이 남겨주신 댓글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또다시 새로운 편지들이 생겨날거란 기대도 해봅니다. 무엇보다 좋은 양분은 지속적인 관심이니까요. 언젠가는 댓글창을 벗어나 실제로 만나뵙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해보겠습니다. 

준비가 되면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1월 18일
다혜 드림


글 | 송다혜 dahesee@gmail.com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고 믿고 있지만, 나다운 것을 아직 모두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일부는 내 안에서,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찾곤 합니다. 가끔은 스스로를 잘 모르는 것 같아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일단 하면서 배우는’ 태도가 타고난 기질인 듯해 이 또한 충분히 즐기고 있습니다. 주변의 몇 안되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받은 작고 단단한 에너지가 동력이 되어 결국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야금야금 모아온 에너지를 씨드키퍼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합니다.




서가은 kaeunspace@gmail.com
'무엇을 위해 사는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채 아이를 낳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삶의 중요한 질문들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아이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고민할 때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즐거워했는지 기억하는, 가장 가까운 증인이 되어주기 위해 아이의 일상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기록합니다. 훗날 아이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묻는다면 반갑게 대화할 수 있는 따뜻하고 지혜로운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아이를 낳기 전 아르코미술관과 헬로우뮤지움 어린이미술관에서 전시를 기획하였고, 어린이 작업실 DD238을 기획하고 운영하였습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어린이 작업실 MOYA 임팩트 리서치에도 참여하였습니다.
 
문혜성 goldpricepergram@gmail.com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만 집착한 나머지 어느 한 곳에 마음 두지 못하고 주변부를 맴도는 삶을 살았습니다. 쉽게 변덕 부리며 늘 새로움을 갱신하여 주니어 인생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좌절한 적이 있으나, 어쩔 수 없는 팔자라고 받아들이고 ‘성장은 팔순까지’를 목표로 살고 있습니다. 콘텐츠 기획과 마케팅을 업으로 ‘이직의 아이콘’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10년 동안 10개 넘는 조직을 넘나들며 일했습니다. 가장 최근엔 쉽게 퇴사가 어려운 동업을 시작하여 ‘씨드키퍼’란 이름으로 주어진 공간에서 자연과 가깝게 지내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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