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월악산유스호스텔과 어떤 방법으로 ‘자연 속에서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 논의를 이어가던 차에 1박 2일 워크숍을 진행해 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렇게 봄이 여름으로 바뀔 즈음 <초여름의 씨앗 캠프>를 진행할 수 있었는데, 씨앗 페어링 워크숍과 월악산유스호스텔에서의 숙박을 1박 2일 동안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준비에 많은 노력을 쏟은 만큼 하루로 끝내기는 아쉬워 2박 3일 동안 두 차례에 걸쳐 운영하면서 열 세 팀, 총 서른 한 명의 참여자들과 함께했다.
연령대나 성별, 참여의 이유가 될 수 있으면 다채로웠으면 했다.
다양성은 가장자리 라운드테이블을 운영할 때부터 우선시한 기준으로 서로 다른 관점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 나누면서 각자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자극을 얻길 바랐다.
두 팀의 의견에 따라 이번 캠프는 초대 형식으로 진행했다.
씨드키퍼와 월악산유스호스텔 두 개의 인스타그램으로 홍보, 구글폼으로 신청을 받아 참여자를 선정했다.
참여자 모집은 두 그룹으로 나눠서 진행했다. 첫 째날에는 부모님과 성인 자녀, 둘 째날에는 친구, 연인, 동료 등 다양한 관계의 사람들이 모인 그룹이었다. 첫 날 부모님과 자녀로 관계를 특정한 것은 월악산유스호스텔 팀의 제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환경에 적응하고 변화하며 결국 열매를 맺는 씨앗의 성장 과정이 마치 관계를 돌보는 법과 포개어 볼 수 있을 만큼 비슷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애정으로 키운 관계의 열매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모 · 자녀’ 관계의 사람들을 초대해 함께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씨앗 페어링 워크숍은 다양한 관점의 질문 카드를 이용해 대화를 나누고, 그 이야기를 기반으로 나를 또는 나의 파트너와 닮은 씨앗을 찾아보는 프로그램이다. 대화와 경청이 필요해 여러 차례 운영하면서 부부나 부모 자식처럼 가족이 함께 참여하기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관련하여 내용을 구상 중이긴 했지만, 실제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가족’이라는 키워드에 맞게 질문 카드를 전부 새로 수정해야 했다. 내용을 정리하다 보니 부모님과 자녀 사이에는 다른 관점이나 주제가 있어야 이야깃거리가 더욱 풍부해지는 듯했다.
질문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보다는 진솔한 대화를 위해 부모와 자녀의 질문 카드를 다르게 제작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질문 카드의 무게가 부모와 자녀라는 고정된 역할에만 치우치지 않고, 자기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치가 돼야 한다는 점이었다. 더불어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랐는데, 부모님도 한 때는 누군가의 자식이었다는 것과 자녀 또한 이미 누군가의 부모이거나 또는 부모가 될 수 있다는 걸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다.
가족 질문은 부모용·자녀용·공통 질문으로 유형을 나눴다.
질문을 기획할 때 가볍게 답할 수 있는 내용과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화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 자녀, 자매, 연인, 친구 등 여러 관계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만큼 팟 메이트 씨앗키트로 씨앗 페어링을 진행하기로 했다. 팟 메이트 씨앗키트는 함께 자라면 도움을 주고 받는 동반식물 두 가지를 하나의 화분에서 키울 수 있는 제품으로, 세 가지 유형에 속하는 여섯 가지 관계를 소개한다. 두 식물이 공생하는 방법들은 꽤 현명해서 관계에 대한 고민이 들 때 들여다보면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식물 이야기가 적힌 씨앗 페어링 카드. 식물 이름을 대신해 주변 사람의 이름을 하나씩 넣어보면 내 관계 지형도가 그려질 만큼 우리 모습과 닮았다.
대화가 모두 끝나면 씨앗 페어링 카드를 참고해 선물하고 싶은 씨앗키트를 고른다. 우리 관계에 대한 간단한 메세지를 적어 파트너에게 선물한다.
<초여름의 씨앗캠프>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계절이 우리 모두를 환대하고 있었다. 윤슬이 아름다운 충주호를 품고 있는 월악산유스호스텔은 시선을 돌릴 때마다 온통 초록 배경으로 가득해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해방감이 느껴졌다. 불안은 잠시 내려놓고, 호수의 잔잔한 물결처럼 편안하고 차분하게 열린 마음으로 일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초여름의 씨앗캠프' 브랜드 필름 보러 가기
사람들이 워크숍에 참여하고 바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1박 2일 동안 온전히 이 순간을 위해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은 많은 것을 가능케 했다. 월악산유스호스텔에서의 하루 중에 마주하는 점적인 요소들이 소소하게나마 자연 속에서의 경험을 쌓고, 사람 사는 기분을 느끼게 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좋은 기분과 여운을 이어갔다. 아름다운 계절과 자연을 접한 공간 그리고 시간적 여유라는 발판을 딛고 우리만을 위한 무대가 만들어진 듯했다.
씨앗을 뿌리듯 심은 경험들
라벤더, 로즈메리, 타임처럼 향이 진한 허브 7종을 객실에 하나씩 비치했다. 살짝만 스쳐도 심신이 안정되는 향을 내뿜는 식물들이라 한 번씩 쓰다듬으며 편안한 기분을 느끼길 바랐다.
충주호가 내려다보이는 ‘레이크앤마운틴’에서 씨앗 페어링 워크숍을 진행했다. 조용하고 오붓하게 모두가 이 순간에만 몰입할 수 있었으면 했다.
워크숍이 끝난 이후에는 야외 바베큐를 했는데, 고기와 곁들일 채소 박스를 월악산 팀이 준비했다. 워크숍에서 설명을 들었던 허브들을 함께 구성해 직접 맛볼 수 있도록 한 섬세한 배려가 있었다. 제공된 채소 박스 외에도 제철 채소를 텃밭에서 직접 수확해 먹을 수 있었다.
잎채소 5종을 키울 수 있는 그린 샐러드 씨앗키트를 어매니티로 제공했다. 야외 바베큐에서 채소를 수확하며 경험한 팜투테이블을 집으로 돌아가서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랐다.
월악산 팀에서 인시즌과 함께 하귤과 오디로 잼과 음료, 치즈를 만들어 빵과 함께 조식으로 제공했다. 초여름을 한 접시 가득 맛나게 즐기며 일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우리가 예상치 않게 수확한 순간들
숙소 주변을 산책하거나 밥을 먹으러 이동할 때 종종 참여자들과 마주쳐 인사를 나눴는데, 이날만큼은 우리가 모두 닮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 묘한 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각자의 일상으로 떠나기 전 가벼운 안부와 함께 서로를 배웅한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웃으며 떠나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꼈다.
이번 씨앗 페어링 워크숍에는 몇 가지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 그간 질문 카드는 보통 테이블 가운데 쌓아두고 돌아가며 제일 위에 있는 카드를 하나씩 뒤집는 방식으로 진행했었는데, 이번에는 카드를 나누어 가운데 넓게 깔았다. 이 모습은 보드게임 같아 보이기도 했는데, 여러 개 질문 카드 중에 하나를 골라 뒤집는 행위에서 선택지가 좀 더 풍부해지는 느낌이었다.
씨앗 페어링 워크숍을 운영할 때는 적절한 인원을 그룹으로 묶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되도록 한 테이블당 정원이 여섯 명을 넘지 않게 조정한다. 한 시간 남짓한 정해진 시간 안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그래야 대화와 경청이 가능해지고 그것을 토대로 씨앗 페어링을 할 수 있다. 이번에는 4-5인이 한 그룹이 되도록 자리를 배치해서 총 4개의 그룹으로 나눴다.
레이크앤마운틴은 테이블이 하나로 길게 이어져 있어서 그룹을 나눠 운영하기 위해서는 테이블을 분할해야 했고,
팟 메이트 씨앗키트로 중간에 탑을 쌓아 제품을 보여주는 동시에 파티션 역할을 하게 해서 그룹별로 물리적인 구분을 두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가장 큰 시도는 대화의 운용 방식이다. 이제까지는 씨드키퍼 팀이 테이블에 함께 앉아 대화를 나눴다면, 이번에는 질문카드를 읽고, 그에 답하는 것을 참여자들끼리 스스로 하도록 했다. 진행자 두 사람이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를 돌아다니며 대화 중 흐름이 끊길 때나 좀 더 풍부한 소재로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을 때 간단한 질문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대화의 쳇바퀴는 열심히 굴러갔다. 어떤 도움 없이도 열띤 대화를 이어가는 테이블도 있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관계들일지라도 이 기회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랐다. 마음의 빗장을 풀어내는 용기를 내기 위해서 그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계기이다. 자리가 마련되면 사람들은 다른 이들을 자신의 숨겨진 영역으로 흔쾌히 초대하고, 초대받은 이들은 당사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을 대신 찾아내 주는 발견자가 되어준다.
월악산유스호스텔 X 씨드키퍼 워크숍 <초여름의 씨앗 캠프>
충북 제천 월악산유스호스텔
2024.6.3 - 6.5
글 | 씨드키퍼 문혜성 사진 | 정태윤 jeongtaeyoon@gmail.com
© seedkee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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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월악산유스호스텔과 어떤 방법으로 ‘자연 속에서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 논의를 이어가던 차에 1박 2일 워크숍을 진행해 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렇게 봄이 여름으로 바뀔 즈음 <초여름의 씨앗 캠프>를 진행할 수 있었는데, 씨앗 페어링 워크숍과 월악산유스호스텔에서의 숙박을 1박 2일 동안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준비에 많은 노력을 쏟은 만큼 하루로 끝내기는 아쉬워 2박 3일 동안 두 차례에 걸쳐 운영하면서 열 세 팀, 총 서른 한 명의 참여자들과 함께했다.
연령대나 성별, 참여의 이유가 될 수 있으면 다채로웠으면 했다.
다양성은 가장자리 라운드테이블을 운영할 때부터 우선시한 기준으로 서로 다른 관점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 나누면서 각자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자극을 얻길 바랐다.
두 팀의 의견에 따라 이번 캠프는 초대 형식으로 진행했다.
씨드키퍼와 월악산유스호스텔 두 개의 인스타그램으로 홍보, 구글폼으로 신청을 받아 참여자를 선정했다.
참여자 모집은 두 그룹으로 나눠서 진행했다. 첫 째날에는 부모님과 성인 자녀, 둘 째날에는 친구, 연인, 동료 등 다양한 관계의 사람들이 모인 그룹이었다. 첫 날 부모님과 자녀로 관계를 특정한 것은 월악산유스호스텔 팀의 제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환경에 적응하고 변화하며 결국 열매를 맺는 씨앗의 성장 과정이 마치 관계를 돌보는 법과 포개어 볼 수 있을 만큼 비슷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애정으로 키운 관계의 열매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모 · 자녀’ 관계의 사람들을 초대해 함께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씨앗 페어링 워크숍은 다양한 관점의 질문 카드를 이용해 대화를 나누고, 그 이야기를 기반으로 나를 또는 나의 파트너와 닮은 씨앗을 찾아보는 프로그램이다. 대화와 경청이 필요해 여러 차례 운영하면서 부부나 부모 자식처럼 가족이 함께 참여하기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관련하여 내용을 구상 중이긴 했지만, 실제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가족’이라는 키워드에 맞게 질문 카드를 전부 새로 수정해야 했다. 내용을 정리하다 보니 부모님과 자녀 사이에는 다른 관점이나 주제가 있어야 이야깃거리가 더욱 풍부해지는 듯했다.
질문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보다는 진솔한 대화를 위해 부모와 자녀의 질문 카드를 다르게 제작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질문 카드의 무게가 부모와 자녀라는 고정된 역할에만 치우치지 않고, 자기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치가 돼야 한다는 점이었다. 더불어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랐는데, 부모님도 한 때는 누군가의 자식이었다는 것과 자녀 또한 이미 누군가의 부모이거나 또는 부모가 될 수 있다는 걸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다.
가족 질문은 부모용·자녀용·공통 질문으로 유형을 나눴다.
질문을 기획할 때 가볍게 답할 수 있는 내용과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화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 자녀, 자매, 연인, 친구 등 여러 관계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만큼 팟 메이트 씨앗키트로 씨앗 페어링을 진행하기로 했다. 팟 메이트 씨앗키트는 함께 자라면 도움을 주고 받는 동반식물 두 가지를 하나의 화분에서 키울 수 있는 제품으로, 세 가지 유형에 속하는 여섯 가지 관계를 소개한다. 두 식물이 공생하는 방법들은 꽤 현명해서 관계에 대한 고민이 들 때 들여다보면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식물 이야기가 적힌 씨앗 페어링 카드. 식물 이름을 대신해 주변 사람의 이름을 하나씩 넣어보면 내 관계 지형도가 그려질 만큼 우리 모습과 닮았다.
대화가 모두 끝나면 씨앗 페어링 카드를 참고해 선물하고 싶은 씨앗키트를 고른다. 우리 관계에 대한 간단한 메세지를 적어 파트너에게 선물한다.
<초여름의 씨앗캠프>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계절이 우리 모두를 환대하고 있었다. 윤슬이 아름다운 충주호를 품고 있는 월악산유스호스텔은 시선을 돌릴 때마다 온통 초록 배경으로 가득해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해방감이 느껴졌다. 불안은 잠시 내려놓고, 호수의 잔잔한 물결처럼 편안하고 차분하게 열린 마음으로 일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초여름의 씨앗캠프' 브랜드 필름 보러 가기
사람들이 워크숍에 참여하고 바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1박 2일 동안 온전히 이 순간을 위해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은 많은 것을 가능케 했다. 월악산유스호스텔에서의 하루 중에 마주하는 점적인 요소들이 소소하게나마 자연 속에서의 경험을 쌓고, 사람 사는 기분을 느끼게 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좋은 기분과 여운을 이어갔다. 아름다운 계절과 자연을 접한 공간 그리고 시간적 여유라는 발판을 딛고 우리만을 위한 무대가 만들어진 듯했다.
씨앗을 뿌리듯 심은 경험들
라벤더, 로즈메리, 타임처럼 향이 진한 허브 7종을 객실에 하나씩 비치했다. 살짝만 스쳐도 심신이 안정되는 향을 내뿜는 식물들이라 한 번씩 쓰다듬으며 편안한 기분을 느끼길 바랐다.
충주호가 내려다보이는 ‘레이크앤마운틴’에서 씨앗 페어링 워크숍을 진행했다. 조용하고 오붓하게 모두가 이 순간에만 몰입할 수 있었으면 했다.
워크숍이 끝난 이후에는 야외 바베큐를 했는데, 고기와 곁들일 채소 박스를 월악산 팀이 준비했다. 워크숍에서 설명을 들었던 허브들을 함께 구성해 직접 맛볼 수 있도록 한 섬세한 배려가 있었다. 제공된 채소 박스 외에도 제철 채소를 텃밭에서 직접 수확해 먹을 수 있었다.
잎채소 5종을 키울 수 있는 그린 샐러드 씨앗키트를 어매니티로 제공했다. 야외 바베큐에서 채소를 수확하며 경험한 팜투테이블을 집으로 돌아가서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랐다.
월악산 팀에서 인시즌과 함께 하귤과 오디로 잼과 음료, 치즈를 만들어 빵과 함께 조식으로 제공했다. 초여름을 한 접시 가득 맛나게 즐기며 일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우리가 예상치 않게 수확한 순간들
숙소 주변을 산책하거나 밥을 먹으러 이동할 때 종종 참여자들과 마주쳐 인사를 나눴는데, 이날만큼은 우리가 모두 닮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 묘한 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각자의 일상으로 떠나기 전 가벼운 안부와 함께 서로를 배웅한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웃으며 떠나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꼈다.
이번 씨앗 페어링 워크숍에는 몇 가지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 그간 질문 카드는 보통 테이블 가운데 쌓아두고 돌아가며 제일 위에 있는 카드를 하나씩 뒤집는 방식으로 진행했었는데, 이번에는 카드를 나누어 가운데 넓게 깔았다. 이 모습은 보드게임 같아 보이기도 했는데, 여러 개 질문 카드 중에 하나를 골라 뒤집는 행위에서 선택지가 좀 더 풍부해지는 느낌이었다.
씨앗 페어링 워크숍을 운영할 때는 적절한 인원을 그룹으로 묶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되도록 한 테이블당 정원이 여섯 명을 넘지 않게 조정한다. 한 시간 남짓한 정해진 시간 안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그래야 대화와 경청이 가능해지고 그것을 토대로 씨앗 페어링을 할 수 있다. 이번에는 4-5인이 한 그룹이 되도록 자리를 배치해서 총 4개의 그룹으로 나눴다.
레이크앤마운틴은 테이블이 하나로 길게 이어져 있어서 그룹을 나눠 운영하기 위해서는 테이블을 분할해야 했고,
팟 메이트 씨앗키트로 중간에 탑을 쌓아 제품을 보여주는 동시에 파티션 역할을 하게 해서 그룹별로 물리적인 구분을 두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가장 큰 시도는 대화의 운용 방식이다. 이제까지는 씨드키퍼 팀이 테이블에 함께 앉아 대화를 나눴다면, 이번에는 질문카드를 읽고, 그에 답하는 것을 참여자들끼리 스스로 하도록 했다. 진행자 두 사람이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를 돌아다니며 대화 중 흐름이 끊길 때나 좀 더 풍부한 소재로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을 때 간단한 질문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대화의 쳇바퀴는 열심히 굴러갔다. 어떤 도움 없이도 열띤 대화를 이어가는 테이블도 있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관계들일지라도 이 기회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랐다. 마음의 빗장을 풀어내는 용기를 내기 위해서 그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계기이다. 자리가 마련되면 사람들은 다른 이들을 자신의 숨겨진 영역으로 흔쾌히 초대하고, 초대받은 이들은 당사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을 대신 찾아내 주는 발견자가 되어준다.
월악산유스호스텔 X 씨드키퍼 워크숍 <초여름의 씨앗 캠프>
충북 제천 월악산유스호스텔
2024.6.3 - 6.5
글 | 씨드키퍼 문혜성 사진 | 정태윤 jeongtaey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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