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 삶]바람이 불러주는 노래에 맞춰 춤추는 할미꽃 씨앗처럼

2024-05-08
조회수 420

마치 성게 같기도 한 이것은 할미꽃의 씨앗입니다. 굽은 허리에 고개를 떨구고 할머니의 백발처럼 흰 털이 송송한 꽃이 우리에게 익숙한 할미꽃의 모습이라면, 그 꽃이 지고 난 후 우리가 잘 보지 못했던 또다른 매력이 드러납니다. 할미꽃의 꽃이 진 자리에 씨앗이 맺히면 긴 털이 점점 공처럼 둥글어지다가 희고 가느다랗게 변하는데요. 수줍은 듯이 피어난 꽃이 다시 지고, 씨앗이 익어갈수록 전혀 다른 모습으로 끝까지 본연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모습은 과연 고혹적입니다.

가느다란 털과 긴 열매 자루 끝에 붙은 씨앗은 모든 준비가 되면 바람에 실려 멀리 날아가 번식하게 됩니다. 이런 생존 방식은 같은 개체에서 나온 씨앗끼리의 생존 경쟁을 낮추고, 더 먼 범위로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는 동시에 다양한 환경으로 흩어져 생존 확률을 높게 합니다. 할미꽃은 척박한 환경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한 생명력으로 살아남습니다. 바람에 날아가 의지와 상관없이 이름 모를 땅 위에 내려앉아 뿌리내림에도 불구하고 잎이며 꽃이며 조목조목 예쁘게 피어납니다.






최근에는 일부러라도 틀에 박힌 일상을 보내려 했습니다. 일도 생활도 예측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아는 것만 하려고 했는데요. 친구가 보내준 할미꽃 씨앗의 사진을 보며 때론 바람이 불러주는 노래에 맞춰 인생을 춤추듯 살아도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부닥치더라도 어쩌면 그런 불확실함 속에서 내가 뿌리내릴 방법을 찾는 것이 나를 더 아름답게 꽃 피우는 방법이 아닐까 싶었어요. 아무래도 남은 봄에는 좀 더 용기를 내 흐름에 몸을 맡겨야 겠습니다. 새로운 곳으로 나를 데려다 놓고, 새로운 순간들과 마주하면서요.
seedkeeper studio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5 91-17, 101
02-6949-1334


문의 및 제안 iam@seedkeeper.kr

인스타그램 @seed_keeper


© seedkeeper

씨드키퍼 seedkeeper | 대표 송다혜, 문혜성 | 사업자등록번호 510-27-91908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2021-서울마포-0952이용약관 terms개인정보처리방침 priva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