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보는 사람들]<가장자리> 라운드테이블 003 (강범수, 이혜린, 조우연, 최정민)


THE EDGE ROUNDTABLE
<가장자리> 라운드테이블 003

돌보는 사람들 소개

강범수  나를 어렵게 했던 일 덕분에 우연히 얻게 된 긍정적인 변화

이혜린  내가 좋아하는 것을 뚜렷하게 알기 위해 많이 경험하는 삶

조우연  나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 보며 관찰하고 사랑하는 방법

최정민  엄마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해 만드는 시간의 힘







송다혜  돌봄이라는 정서를 각자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신지 궁금해요. 저희는 식물이나 아이뿐만이 아니라 그냥 사물이나 혹은 집처럼 무형의 것이어도 충분히 내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지속적으로 돌본다면 그것 또한 돌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지점에 저희가 이 라운드테이블의 이름을 <가장자리>라고 지은 이유가 있거든요.
문혜성  가장자리 효과라고 하는 생태학 용어에서 모티브를 따왔어요. 생태학에서 말하는 가장자리 효과는 서로 다른 구역이 만나는 접점에서 생물 다양성과 밀도가 가장 높고 왕성하게 일어난다는 의미예요. 이 자리에서도 소수지만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관심사를 갖고 계신 분들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이 모임을 통해 생각하지 못했던 인사이트나 동기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장자리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최정민  가장자리라고 하면 뭔가 구퉁이, 구석 이런 느낌이 드는데, 형식은 라운드테이블이어서 이 두 개가 어떻게 어울릴지 되게 기대가 됐어요. 가장자리 효과의 의미는 처음 들어본 거라서 신기합니다.
문혜성  정확히 말씀해 주신 포인트에 저희의 바람이 묻어 있는데요. 새로운 생명력이 탄생하면 좋겠다는 의미로 가장자리라는 단어를 선택했고요. 어떤 위계를 두고 누군가가 강연하는 자리가 아니라 모두 동등한 위치에서 자신의 생각을 편하게 이야기하는 자리여야 한다고 생각해서 라운드테이블이라는 형식을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송다혜  각자가 가진 그 영역의 가장자리가 오늘 모두 맞닿게 될텐데, 생각이 다른 사람들, 심지어 초면인 사람들이 이렇게 모였을 때 어떤 재밌는 얘기들이 나올 수 있을지, 또 서로 어떤 생각들을 같이 공유해볼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자리라고 생각을 해 주세요. 우선은 각자 어떤 걸 돌보고 있는지 혹은 이 자리에 어떻게 신청을 하시게 됐는지 가볍게 소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조우연  저부터 시작할게요. 저는 조우연이라고 하고요. 30대고, 저는 씨드키퍼를 제로웨이스트 숍에서 먼저 봤는데 제 지인이 선물을 해줬어요. 마침 그때부터 제가 식집사로 접어들 때여서 재밌게 키우다가 씨드키퍼에서 여러 가지 활동하시는 거 보고, 운영하시는 분들에 대한 생각도 들어보고 싶고 또 스튜디오를 오픈하셨다길래 공간이 너무 궁금해서 방문해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어떤 계기로 인해 몸이 너무 안 좋아져서 채식을 시작하게 됐어요. 그 때 제 라이프 스타일 전반을 다 점검했었는데, 채식을 해야 제 몸이 괜찮아지겠다는 결론이 났고, 그렇게 채식을 시작했는데 기후위기나 동물권 등에 대해 알게 되면서 관련있는 활동을 해보고 싶어졌어요. 그 후 채식으로 기후 위기를 대응하는 소셜 벤처인 ‘채식하기'에 들어가서 일을 하게 됐는데 먹는 걸로 바꾸는 게 조금 더뎌서 설득이 잘 안 되는 부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또 다른 대응 방법인 플라스틱 재활용이나 제로웨이스트 쪽으로 알아보면서 이직하려고 하는데 마침 이 콘텐츠가 저한테 떠서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기회를 통해서 사람들이랑 얘기 나누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서 찾아오게 됐습니다. 
문혜성  중요한 시점이신 것 같은데, 오늘 자리가 어떤 힌트가 되면 좋겠네요. 
이혜린  저는 이름이 이혜린이고요 저도 30대고 저는 직업은 파티시에예요. 케이크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데 씨드키퍼를 안 지 한 2주 밖에 안 됐어요. 성수동에서 팝업 하셨을 때 그때 저 씨앗 샀거든요. 두 분 얼굴 기억해요. 2주 전에요. LCDC 직원이라 점심시간에 들렀는데 그때 그 씨앗 산 게 너무 좋았어서 인스타그램에도 들어가서 봤는데 재밌는 거예요. 브랜딩도 좋고 여기 쇼룸도 한번 방문해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이렇게 돼서 참여하게 됐어요. 근데 제가 약간 말재주가 없어서... 저는 들으러 오는 건 줄 알았는데 서로 얘기를 해야 하니까 조금 긴장되긴 해요.
송다혜  아마 듣다 보면 이야기하고 싶어지실 거예요.
최정민  저는 최정민이라고 합니다. 저는 보기에 몇 살로 보이는지, 그냥 그 나이로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지금 금융회사 인사팀에서 일을 하고 있고요. 사실은 저희 회사의 직원들을 돌보는 일을 해온 것 같아요. 원래 사람을 되게 좋아해서 인사를 전공하고 인사 업무를 계속하고 있는데, 경험해보셨겠지만 그게 마음을 주는 만큼 돌아오진 않거든요. 그런 관계들을 경험하면서 저도 저를 돌보는 일의 비중을 높여가는 중이에요. 저는 두 딸과 신랑도 돌보고 있지만, 신랑 돌봄은 좀 오래전에 포기했고 그대신 그 에너지를 저를 돌보는 데 많이 쓰고 있어요. 제가 스스로 성장하고 뭔가를 하는 거에 되게 관심이 많아서 끊임없이 이런 자리들을 찾고 있어요. 나중에 관심이 있으시면 해보시면 좋을 것 같은데 TEU라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있어요. 거기서 저희 팀 주제가 기후 위기였거든요. 제가 사실 살면서 쓰레기 많은 것들이 불편하긴 하지만 그게 피부로 와닿진 않았는데, 한 두 달 동안 자료를 찾아보면서 우리가 진짜 큰 빅 박스를 보지 못하고 스몰 박스 안에서 내 삶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살았구나 싶어서 반성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더더욱 이런 모임들을 찾아가다 보니까 인스타그램이 씨드키퍼를 소개해주더라고요. 여기서 이야기하시는 순환이나 돌봄, 선순환같은 주제에 관심이 많아요. 또 사실 공간이 주는 힘이 엄청난데, 그냥 인스타에서 보는 거 말고 실제로 공간 안에서 두 분과 얘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왔습니다. 너무 좋아요.
강범수  저는 강범수라고 합니다. 브랜드를 돌보는 일을 하고 있고 20대예요. 사실 씨드키퍼를 처음 보고 전반적으로 단어나 문장들을 참고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여느 브랜드 마케터가 그렇듯 레퍼런스를 항상 많이 보고 어디서 뭘 하는지 많이 궁금해하는 편이에요. 저는 최근 몇 년 간 일에 많이 몰두해있었어요. 저희 브랜드는 웰니스라는 메가 트렌드에 따라가고 있는데 제가 거기에 맞는 사람이 아닌 느낌이 들었어요. 예전에는 트렌드에 민감해서 뭔가를 캐치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좀 더 여유를 가져야 다른 것들이 보일 것 같아서 자꾸 내려놓으려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인스타그램이 저한테 이런 콘텐츠를 보여주더라고요. 사실 씨드키퍼를 알게 된 지가 오래되진 않았어요. 한 달 정도. 그래서 쭉 들여다보다가 재미있는 걸 하시는 것 같아서 신청을 하게 됐어요. 지금까지 브랜드를 계속 돌보고 있었지만, 앞으로도 브랜드를 돌보기 위해서는 저를 돌봐야 하는 시점이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돌봄에 대해서도 들어보고 싶어서 오게 되었습니다.






그 시간에 일어나서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요가를 하고 있는 제 자신이 뭔가 되게 낯설더라고요. 고요한 음악이 들리고 알려주시는 자세를 하면서 그 자세가 하나도 안 되는데도 그냥 그런 순간들, 바닷소리랑 아침 바람이랑 그런 것들이 되게 새로운 리추얼이자 신선한 경험으로 다가왔어요.


송다혜  범수 님은 최근 몇 년간 많이 힘들었다고 하셨는데, 혹시 일 때문에 힘드셨던 거예요?
강범수  제가 느끼기에는 일이 저를 갉아 먹을 때까지 일한 것 같기는 해요. 근데 항상 그걸 아는 타이밍은 조금 늦죠. 처음에는 일을 전투적으로 하다시피 했었어요. 그러다 보니 힘든 부분들을 내려놓으려면 저를 챙겨야겠다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더라고요.
송다혜  다들 돌보는 대상에 대해서 얘기를 해주셨는데, 돌보는 관계에 있어서 인터렉션이 있다는 건 그 과정에서 내가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기도 하지만 힘든 에너지로 돌려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인거죠. 힘드시다고 한 지점이 그런 지점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내가 굉장히 애정을 가지고  돌보고 있는 브랜드인데 그게 일이다 보니까 그 과정 중에 나를 힘들게 하는 지점들이 분명히 있을테고, 그런데 하필 웰니스라는 분야라... 여러 가지 아이러니함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강범수  그 웰니스라는 부분이 포인트인 것 같아요. 사실 다른 브랜드를 맡았을 때는 이런 괴리감이 없었어요. 그냥 전투적으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죠. 근데 웰니스 브랜드마저 그런 자세로 임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공격적이거나 자극적으로 콘텐츠 만들어지는 게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평소에 제가 원하지 않았던 혹은 하고 싶지 않았던 것들에도 강제로 참여하게 됐어요. 근데 그러다 보니까 제가 생각하는 웰니스에 대한 정의가 다시 내려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웰니스를 다루는 브랜드라 힘들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다시 저를 거기에 맞춰서 힐링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문혜성  필요에 의해서 나를 채우는 시간들을 갖고 계신 거잖아요. 근데 도움이 확실히 된다고 느끼세요?
강범수  네, 서서히 조금씩 느껴요. 한번은 제가 속초에 가서 새벽 요가를 한 적이 있어요. 모래사장 위에서 일출을 보면서 하는 요가인데, 일을 하기 시작한 최근 3년 간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근데 그 시간에 일어나서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요가를 하고 있는 제 자신이 뭔가 되게 낯설더라고요. 고요한 음악이 들리고 알려주시는 자세를 하면서 그 자세가 하나도 안 되는데도 그냥 그런 순간들, 바닷소리랑 아침 바람이랑 그런 것들이 되게 새로운 리추얼이자 신선한 경험으로 다가왔어요.
송다혜  그럼 원래는 그런 걸 하지 않는 일상이었는데 브랜드를 관리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하시게 된 거잖아요. 그런데도 잘 맞으시던가요?
강범수  엄청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결국은 이렇게 해야 하지 않나 하는 답도 찾은 것 같아요. 스스로 이런 경험을 해보니 남들에게 더 많이 알려주고 싶어졌고요. 브랜드는 누군가에게 미치는 전파력을 갖잖아요. 예를 들면, 씨드키퍼에서 제가 좋은 경험을 받았으니 이걸 누군가한테 또 전하게 되듯이요. 그동안 진짜 내가 전하고 싶은 일을 했었어야 했는데, 오히려 그것들을 강제로 경험하다 보니 제가 어느 순간 전도사의 입장이 되는 거죠. 이 웰니스를 전파해야겠다. 이게 마케팅인가? 그 전까지는 그냥 쿠팡에 올려놓고 팔아, 11번가에 올려놓고 팔아 이렇게 판매채널을 다각화해서 공격적으로 마케팅했었다면 이제는 어떤 사람을 찾아가서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그 진정성에 대해서 고민하게 됐어요. 저한테 최근 몇 달은 그랬던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은 자신만의 웰니스를 어떻게 찾아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이 세상 사람들이 저랑 다 같은 마음일 수 있겠어요.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겠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나를 좋아하는 사람한테 좀 더 집중을 하자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식물 키우는 게 너무 재밌더라고요.


문혜성  궁금하시니까, 질문을 한번 해보시죠.
강범수  그러면... 파티시에 일을 하시면서 보통 어떤 걸로 소소한 행복이나 웰니스를 느끼고 계신가요?
이혜린  맛있는 걸 만들어서 대접하는 순간 만족감을 느껴요. 내가 만든 걸 먹을 때의 표정이나 맛있다는 피드백으로 만족감을 많이 느껴요. 그리고 워낙 제가 맛있는 것을 먹는 걸 좋아해요. 제가 10대 후반부터 이 일을 하고 싶었고 지금까지 계속 해왔는데, 육체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그만두고 싶은 순간도 되게 많았어요. 근데 결국 이 직업을 계속 이어나가려면 저 혼자만이 아니라 다른 직원들과 함께 끌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처음에는 그냥 일이 좋아서 했는데 결국에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저도 발전하기도 하고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것 같아요. 한 편으로는 그런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좀 심했는데 식물을 돌보면서 많이 안정됐어요. 물만 줬는데도 새순이 뿅하고 나고. 이런 거에서도 저는 만족감을 많이 느끼거든요.
송다혜  그럼 식물을 키우시게 된 계기도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치유하기 위함이었나요?
이혜린  아무 조건 없이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느껴요. 행복은 생각보다 소소하고 정말 별건 아닌데 내가 너무 큰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아침에 일어나면 걔네들부터 막 보거든요. 그거 보면서 많이 느껴요.
문혜성  주로 어떤 식물 키우세요?
이혜린  집에 선인장도 있고요. 되게 좁은 집인데도 지금 한 15개 이상 키우고 있는 것 같아요.
최정민  식물 키우는 게 괜히 어렵더라고요. 어려워요. 다들 잘 살고 있나요?
이혜린  초반에는 관심을 너무 많이 가지니까 얘가 죽어요. 물을 계속 주고 하니까 죽더라고요. 그 다음부터는 내가 관심을 너무 많이 가졌으니까 약간 무관심으로 키워야겠다 했는데 더 잘 자라니까 그게 너무 신기한 거예요. 제가 인간관계도 뒤돌아보니까 그동안 관심을 너무 너무 많이 줬던 것 같아요. 상대방은 그게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었을 텐데 저는 그걸로 혼자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처음에는 돌아오는 게 없으니까 실망을 많이 했어요. 결국에는 나 혼자 한 건데 왜 내가 돌려 받기를 원했을까라는 걸 식물을 통해서 알았어요. 그냥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돌아오는 걸 바라지 말고. 그렇게 마음을 바꾸니까 인간관계가 좀 편해지더라고요.
문혜성  너무나 정확하게 저희랑 같은 경험을 하고 계신 것 같아 신기하네요.
이혜린  그래서 그 이후로는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가 와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말아요. 어떻게 이 세상 사람들이 저랑 다 같은 마음일 수 있겠어요.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겠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나를 좋아하는 사람한테 좀 더 집중을 하자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식물 키우는 게 너무 재밌더라고요.
최정민  어느 순간에 식물 키울 때 즐거우신 거예요? 그 과정의 포인트가 있다면?
이혜린  새순이요. 분명히 전날 아무것도 없었는데 다음 날 아침에 그 자리에 이만큼 이렇게 새순이 뿅하고 나면 그게 그렇게 신기할 수 없더라고요. 아직은 꽃 피우는 건 되게 어렵더라고요. 꽃이 진짜 어려운 것 같아요.
문혜성  보통은 꽃이라는 게 영양체의 초절정이라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모든 양분을 꽃으로 올려야 되거든요. 다년생 식물들은 꽃대를 올리고 다음 해에도 살아가기는 하지만 대부분  꽃을 피우는 때는 다음 세대를 만들기 위한 마지막 순간이에요. 사람이 자식을 낳는 것처럼 다음 세대를 위한 영양분을 축적하는 활동이다보니 꽃을 피우기까지 되게 오래 걸리는 식물들도 있고 많은 양분을 필요로 하는 식물들도 있고, 식물들마다 달라요. 
강범수  근데 그 새순이라는 포인트가 되게 와닿아요. 오, 얘봐라 이런 느낌. 이걸 뚫고 나오네.
조우연  저도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어요. 제가 돌보는 식물들 중에 카랑코에가 엄청 잘 자랐어요. 근데 꽃을 안 피우는데도 아래 쪽에 있는 이파리들이 노랗게 변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걸 다 잘라서 모아가지고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그러다가 자른 이파리 하나를 놓쳤나 봐요. 그걸 모르고 그냥 냅뒀었는데  떨어진 이파리에서 새싹이 나고 있는 거예요. 다시 자란 거예요, 흙 위에서.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나는 분명히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에서 새싹이 나서 걔를 다시 제대로 심어줬거든요. 너무 귀여운 거예요. 이렇게 생명력이 강하다는 느낌. 그런거 보면서 이렇게 조그마한 애들도 강한 생명력으로 이렇게 움트는데 나도 열심히 살 수 있다. 이런 마음으로 위안을 받았어요.
문혜성  오래돼서 노랗게 변한 잎들을 계속 잘라줘야 하는데 그 작업이 굉장히 중요해요. 필요한 곳에 적절한 양분이 가야 되는데 너무 오래된 잎을 붙잡고 있으면 새로운 잎을 태어나게 하기가 어렵거든요. 가끔 묵은 고민들은 과감하게 쳐내야 또 새로운 것들을 맞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특히 인생에서 어떤 결정의 순간을 만나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갈팡질팡 할 때요.
송다혜  맞아요.






그래서 그때부터는 진짜 저 사람을 보는 연습을 해야 되겠다 싶었죠. 내가 보려고 하는 좋은 모습으로만 보지 말고 진짜 저 사람을 봐야 나도 다치지 않게 나를 잘 돌볼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최정민  제가 이 중에서 왠지 나이가 제일 많을 것 같은데요. 저는 과거를 돌이켜 보면 그때 그랬구나, 그런 거였구나 하면서 지금까지 쌓인 경험을 통해 다시 되돌아보는데요. 저는 이삼십대에 그런 생각을 못 했던 것 같은데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어떻게 그런 생각들을 하고 계신지 되게 궁금해요. 뭐가 달라서 왜 나는 그때 몰랐지? 지금은 뭐가 다른 거지?
문혜성  저희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게 우리 모두에게 각자의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최정민  그 느낌이 오는?
문혜성  저쪽에 있는 포스터에 적힌 문장이 저희 각자의 명함에 있는 슬로건이거든요. 다혜님 명함에 있는 슬로건이 wait for own time이에요. 모두 다 각자의 타이밍이 있다. 씨앗들도 그렇거든요. 되게 일찍 떡잎이 나오는 씨앗이 있고, 발아가 한 달 이상 걸리는 씨앗들도 있어요. 그건 각자가 처한 상황 그리고 각자가 갖고 있는 어떤 조건들에 의한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해요. 
최정민  씨앗이 많은 걸 자연스럽게 알게 해주네요. 신기하네.
송다혜  그런데 정민님은 인사팀이라고 하셨잖아요. 사실 그 사람들 사이에서 치여서 일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 같거든요. 거기서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고. 아까 준 만큼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씀도 하셨는데 그런 정신적인 고통이 웬만해서는 버티기 힘들 것 같아요. 또 가정도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여유를 찾기도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최정민  그래서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인사팀인데 정말 사람을 못 본다. 그런 이야기를 해요. 제가 모든 사람을 다 제가 보고 싶은 눈으로 보거든요. 그냥 사람이 다 좋아 보이는 거예요. 저 사람은 저래서 좋은 것 같고, 이 사람은 이런 에너지가 있고. 사실 회사 안에서는 다 좋은 사람만 있지 않으니까요. 그런 저를 이용하려는 사람도 있고,  뾰족하게 상처 주면서 본인의 무언가를 취하려는 사람들도 있죠. 제가 실무자로 일할 때는 보호막들이 여러 개 있어요. 팀장도 있고 임원도 있고 사장도 있고. 하지만 제가 그 막을 벗고 사람들과 가까이서 부딪히다 보니까 그동안 난 저 사람이 되게 좋아 보였는데, 다른 사람에게 내가 그를 제대로 못 보고 있었다는 이야기들을 듣게 되기도 하더라구요. 제가 인사팀이다 보니까 노조랑 부딪힐 일이 있어요. 다들 생소하실 수 있지만 어떤 정치적인 관계로 제가 굉장히 궁지로 몰아세워지는 일들이 있는데, 누군가에게는 어쩔 수 없이 이게 옳겠지만 결국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사람들이 진심으로 무언가를 하기가 되게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는 진짜 저 사람을 보는 연습을 해야 되겠다 싶었죠. 내가 보려고 하는 좋은 모습으로만 보지 말고 진짜 저 사람을 봐야 나도 다치지 않게 나를 잘 돌볼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그냥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야라는 걸 인정하려고 하고, 나를 지키는 보호막도 만들어 가려고 하는 중이에요.
송다혜  힘든 게 되게 많으셨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인사팀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동기가 있나요?
최정민  제 인생의 키워드가 있어요. 좋은 영향력, 해피어가 되자, 긍정 이런 몇 가지 키워드들이 있는데 사람들이 그렇게 다가오더라도 제가 보고 싶은 관점 자체가 저에게 힘이 되는 거라면 그 눈으로 사람들을 보고 저를 지키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필요하다면 그 사람과는 거리를 두는 거죠. 마치 가지치기 할 때처럼요. 부정적인 에너지를 좀 거둬들이고 다른 쪽으로 에너지를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 식물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 진작에 식물을 키웠으면 저도 그걸 좀 빨리 알지 않았을까요?
송다혜  아까 적당한 거리에 대해서 얘기를 하셨는데, 저희가 식물 키우면서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많이 곱씹어 보게 되거든요. 식물 초보자들이 제일 실수하는 것 중에 하나가 너무 좋아서 계속 들여다보다 보면 물을 계속 주게 돼서 결국 죽이게 돼요. 그걸 인간관계에 대입해서 생각해 보면 거리감이 지나치게 가까웠던 거예요. 나만 혼자 좋아서 너무 가까이 다가가다 보니 그런 상황이 생긴 거죠. 물을 너무 많이 주고 예쁘다고 만지작거리고 하기보다는 그냥 그 식물이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주고 지금 이 식물이 뭘 필요로 하는지를 알고 그걸 정확히 주는 게 필요하거든요. 근데 사실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친구든 가족이든 내가 주고 싶은 걸 주는 것보다 이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주는 게 사랑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이 사람이 너무 좋아서 긍정적인 시선으로만 보셨다고 하셨는데, 그게 오히려 스스로를 또 피로하게 하시지 않았을까 싶어요.
최정민  정말 사람은 자기 중심인 것 같아요. 제 주변에 있는 이제 막 연애하는 친구들이 그러더라고요. 원래 사랑은 상대가 좋아하는 걸 해주는 거야. 그런데 사실 우리는 우리가 해주고 싶은 걸 해주면서 사랑이라고 하잖아요. 근데 그걸 바꾸는 건 너무 힘들더라고요. 쟤가 좋아하는 걸 생각하려면 시간이 한참 걸리고. 나는 그냥 얘랑 뭘 하고 싶고. 그 순간에 그걸 생각하고 바꾸어내는 건 너무 힘든 일인 것 같아요. 그냥 보통 사람에게는.
문혜성  식물을 키우는게 인간성을 회복하기에 좋은 활동이라고 생각했던 이유 중 하나가 초반에 다혜님이 얘기한 것처럼 식물과의 인터렉션이라는 게 굉장히 미비하잖아요. 언어로 자기의 의사를 전할 수 없기 때문에 관찰할 수밖에 없거든요. 내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시간과 인내와 싸우면서 그 현상을 기다릴 수 밖에 없고, 그러다 어떤 반응으로 나타났을 때는 다시 이 모든 과정을 혼자서 사유해야 되더라고요. 한 가지 현상이 있으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원인을 찾는 과정이 결국에는 돌보는 사람의 몫이다 보니까 인간성을 회복하기 좋은 활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정민  그럼 실제로 어떤 사람과 거리를 두고 관찰을 하면서 특정 문제가 잘 해결됐던 경험이 혹시 있으세요? 계속 지켜봐야 하는 건지, 아니면 물어봐야 하는 건지.
문혜성  관계를요? 사람은 좀 다를 수 있겠죠. 아무래도 대화로 소통이 되다 보니까 식물과는 다르다고 느끼는 건, 마냥 추측할 수 없다는 점이에요. 사실 식물은 추측이라는 게 가능한 것 같아요. 식물의 잎이 노랗게 변하고 하엽하는 현상의 원인이 완전히 극과 극일 때가 있거든요. 너무 건조해서 하엽하는 경우, 과습해서 하엽하는 경우, 원인은 완전 정반대인데 현상은 똑같이 나타나요. 그럼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각자 돌본 사람들이 추측하는 수밖에 없어요. 만약 너무 명확하게 물을 안 줬다면 건조한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다른 상태들을 살펴보면서 소거법으로 하나하나 지워가는. 하지만 사람은 그럴 수 없다는 게 재밌는 부분이죠. 최근 일인데,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하는데 도통 이유를 모르겠을 때가 있었어요. 이유 없이 왜 저럴까?하는 생각을 할 때가 되게 많았는데 식물을 키우면서 느끼는 건 이유가 없는 일이 없는거에요. 저는 진짜 이 사람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게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이유 없이 저런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깨달았어요. 세상 일에 이유 없는 일이 없다. 
최정민  사람은 말을 하니 알 수 있지만, 식물은 그게 바로 이유라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 오나요?
문혜성  식물은 과학적이에요. 제가 식물의 모든 원리를 다 알고 있지는 않으니 원인 불명같은 현상들도 사실을 알고 나면 모두 고유의 메커니즘에 의해 작용하는 거죠. 너무 명확하게 마치 기계처럼요. 식물이 뿌리에서 양분을 끌어올리는 원리, 그 양분이 잎과 줄기로 이동하는 원리 이런 것들이 다 화학과 물리 반응이에요. 예를 들면 최근에는 식물의 뿌리가 미세한 전기를 흘려보내서 흙에 있는 양분을 흡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또는 씨앗에서 뿌리가 먼저 나오고 그 다음에 줄기가 나오는데 가장 먼저 나온 뿌리가 왜 하늘로 솟구치지 않고 땅 밑으로 가는지도 알게 됐고요. 사람의 달팽이관 원리와 같이 중력의 힘을 받는 평형석이 뿌리 안에 있어서 아래로 자라는 거거든요. 이런 것들을 공부하다 보니,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 단지 아직 모를 뿐이죠.
강범수  일방향적인 관계라 더 배우는 게 많은 거 같아요. 사람은 절대 일방향적이지 않잖아요. 내가 상대방에게 무슨 말을 하면 반드시 무슨 대답이나 표정이나 분위기가 있기 마련이고 그런 걸 통해서 우리가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식물과 동물들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가만히 나를 반겨주는 강아지를 보고 있으면 내가 뭐라고 저렇게 사랑을 줄까 싶으면서도, 거기서 위로를 받고 또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힐링을 얻듯이 확실히 일방향적인 의사소통이 훨씬 많은 것들을 배우게 하는 것 같기도 해요.
송다혜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존재들이죠.
문혜성  아까 말씀하셨을 때 어떤 돌봄은 비움과 채움이 동시에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몸을 움직여 가드닝을 하면 잡생각을 덜어내며 비우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순간 깨닫고 배우는 것들로 다시 채우면서 계속 무한히 돌아가는 원동력이 되더라구요. 다른 돌봄, 예를 들면 육아도 있을 것 같고요 아니면 돌봄을 직업으로 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고, 브랜드를 돌볼 때도 그렇고요.
강범수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네요.
최정민  식물 키우실 때도 주는 것만큼 꼭 돌아오나요? 줬는데도 그만큼 힘이 안 나거나 그런 순간들이 있을 것 같은데. 동물들은 죽으면 되게 슬퍼하는데 식물도 그런 마음으로 대하시는지, 시든 잎사귀 틱 버리는 게 아니고, 그런 거 하나하나도 특별하게 여기시는지 궁금해요.
문혜성  어떻게 느끼세요? 왜냐면 저희 둘이 약간 다른 것 같아요.
강범구  어떻게 보내주시나요?
송다혜  제가 좀 하나하나 아까워하는 편이에요. 근데 한 개체에서의 잎은 그냥 머리카락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시든 잎은 그냥 잘라줘도 괜찮아요. 이 개체 중심은 뿌리니까 시든 잎은 빨리 잘라주는 게 식물을 위한 거죠. 그런 건 아깝지 않은데, 잘 키우던 게 갑자기 병들거나, 벌레가 생기면 스트레스를 조금 받기는 해요. 근데 지금은 이 감정이 많이 사그라 들었어요. 예전에 몇 개 안 되는 식물을 키웠을 때는 그런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세 개의 식물을 키울 때와 삼십 개의 식물을 키울 때, 식물들에게 주는 제 마음의 총량은 비슷한데 여러 개를 돌보다 보면 그 마음이 쪼개지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확실히 예전보다는 아쉬운 마음은 덜하긴 한데, 아무래도 하나의 개체를 생명이라고 보고 대하게 되긴 하더라고요. 근데 혜성님은 조금 달라요.
문혜성  네, 저는 많이 달라요. 제 식물 취향은 관엽식물보다는 씨드키퍼가 주로 다루는 초본식물들이에요. 빨리 빨리 크면 수확해서 먹고, 여기 저기 활용할 수 있는 것들 위주로 좋아하긴 하거든요. 그래서 개체 하나하나에 어떤 감정을 싣기보다는, 따서 먹거나 차로 우려 마실 때 보람과 재미를 느끼다 보니 상대적으로 다혜님보다는 덜 안타까워해요. 
송다혜  따는 건 또 즐거워. 맛있게 먹으면 되니까.






저는 관찰을 통해서 스스로를 돌보고 있어요. 나를 알아가면서 돌보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마음인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를 관찰을 하면서 보는 거죠.


조우연  정민 님이 자기중심적이라는 얘기를 하셨는데, 저는 모든 중심이 다 외부로 가 있는 아예 반대인 사람이었거든요. 남한테 도움이 되는 순간에 나를 긍정하곤 했어요. 제 자신으로서 그냥 있을 때는 제 자신이 너무 싫고, 남한테 도움이 될 때 나를 보호하고 내 효능감을 느꼈어요. 그렇게 20대를 보내다가 30대에 접어들면서 몸이 아파져 여러 가지를 점검하다가 ‘내가 너무 외부로만 시선을 두고, 에너지를 다 밖으로 쏟았구나. 그래서 내 안에서 시위를 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시선을 좀 돌려서 내 안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 자신을 식물을 보듯 관찰을 한 거죠. 저는 셀카도 안 찍고, 남들과 사진도 잘 안 찍고, 거울도 잘 안 봐요. 내가 싫으니까 안 봤던 거예요. 그런데 나를 그냥 있는 그대로 봐주는 것만으로도 ‘그래, 나는 이런 사람이야. 나는 이렇게 생겼어.’라는 것만으로도 나를 긍정할 수 있는 힘이 생기더라고요. 에너지를 너무 외부로만 쏟지도 말고, 또 너무 내부로만 가면 사회생활이 안 되니까 적정한 선을 지켜야겠다- 균형을 생각하게 됐어요. 식물을 돌보는 것도 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저는 관찰을 통해서 스스로를 돌보고 있어요. 나를 알아가면서 돌보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마음인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를 관찰을 하면서 보는 거죠.
문혜성  중요한 지점인 거 같아요.
최정민  그래서 어떻게 스스로를 돌보고 계신지 자세한 내용들이 궁금해요.
조우연  제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머릿속으로 생각하면 잘 모르겠어서 글로 적고 있거든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조차 잊어버린 상태로, 예전에 뭔가 좋아하는 게 많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감흥도 없고,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도 모르겠고, 뭘 해야 되지 그런 생각이 자꾸 들어서. 그런 것부터 생각했어요. 내가 생각하는 좋음이란?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내가 생각하는 친절함이란? 이런 걸 글로 적으면서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는 거죠. 그러면서 내 생각을 보게 되고, 생각을 바라보면 나를 관찰할 수가 있더라고요. 그런 과정을 보내고 있어요.
최정민  근데 갑자기 궁금한게 그래서 내 몸에 채소가 맞아 이런 것들은 어떻게 느껴지시는 거예요?
조우연  저는 일단은 치킨, 햄버거 이런 거를 거의 일주일에 세네 번 많게는 대여섯 번까지 먹던 사람인데 갑자기 갑상선이 안좋아졌어요. 이게 호르몬 질환이잖아요. 호르몬에 무슨 영향이 간 게 있나 이렇게 점검을 했어요. 일을 늦게까지 하고 밤 늦게 자는 것도 영향이 있을 거고, 또 공장식으로 길러진 가축들을 가공한 음식을 먹는 것이 굉장히 몸에 안 좋다는 걸 나를 관찰을 하면서 알게 됐어요.  처음에는 그냥 고기만 안 먹으면 되지라는 생각이었어요. 저는 피 검사를 한 달에 한 번씩 계속 받고 있고, 약을 밥처럼 엄청 많이 먹었어요. 그러면 호르몬이 조절이 안 돼서 막 널을 뛰어요. 지금도 살짝 그런데 조금 올라가면 막 목소리가 떨리고 더워져요. 그걸 다 약으로 눌렀었는데 지금은 거의 약을 하루에 한 알만 먹거든요. 9알을 먹었었는데 식단 조절을 하면서 피 검사를 받고 하는 과정을 통해서 저는 채식이 저한테 맞다는 걸 알게 됐어요.
문혜성  그러면 아예 동물성을 안 드시는 거예요?
조우연  근데 어쨌든 사회생활을 하면 늘 나한테 맞춰달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어쩔 수 없는 자리에서는 자연스럽게 먹지만, 되도록이면 식물성 기반으로 먹으려고 노력하는 거죠. 과학적으로 검증이 된 건, 기본적인 끼니는 식물성으로 먹고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동물성으로 먹는 게 괜찮다는 사실이에요. 100% 식물성으로만 먹은 사람이랑 일주일에 한 끼 정도 동물성으로 먹은 사람이랑 큰 차이가 없다라는 연구결과가 있어요. 동물권인 분들은 전혀 허용이 안 되는 말이겠지만 저는 그렇게 하고 있어요.
송다혜  오히려 많이 아프셨던 일이 스스로를 돌보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조우연  되게 큰 터닝 포인트였어요. 삶 전체를 다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거든요. 저는 이게 그냥 아팠던 게 아니라 약 부작용이 되게 심하게 오는 바람에 움직이지를 못해서 그냥 한 달 동안 누워 있었어요. 그런 과정을 겪다 보니 처음에는 되게 억울했거든요. 내가 뭘 이렇게 잘못 살아서… 저는 갑상선이라는 질환도 몰랐고, 있어도 50-60대에 오는 병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지? 술담배도 안하는데… 이런 생각했죠.
송다혜  그럼 아프셔서 채식에도 관심을 갖게 되셨고 그게 일로까지 이어지신 거예요?
조우연  채식을 하고 내 삶 전체가 그쪽으로 바뀌었는데 다른 일을 하기가 조금 그렇더라고요. 왜냐하면 제가 전에는 생활용품 관련 회사를 다녔었는데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일회용으로 엄청 많이 바뀌었거든요. 수세미도 한 번만 써도 세균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니 일회용 수세미가 생기고. 그런데 항상 달리는 댓글들이, 지구 생각 안 하냐, 기후위기 생각 안 하냐 이런 얘기가 많았어요. 그래서 늘 마음이 불편했었거든요. 근데 채식을 하게 되면서 채식이 환경이랑 관련이 깊은 걸 알게 됐고, 이쪽으로 한번 일을 해보자하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문혜성  제 양쪽에 앉아 있는 분들이 한 분은 가치관에 따라 직업을 바꾸셨고, 한 분은 직업에 맞춰서 생활을 바꾸셨네요.
송다혜  근데 결국은 모두 긍정적인 순환이 된 것 같아요.






그 경험들을 통해 내가 이런 걸로 힐링될 수도 있는 사람이다라는 걸 알게 됐어요. 오히려 일을 통해서 제 인생 전반을 관리하는 걸 배운거죠. 다른 회사를 간다고 해도 계속 저는 그렇게 저만의 생활을 잘 영유하지 않을까요?


강범수  궁극적으로 결국은 좀 이기적으로 살게 되잖아요. 저는 아플 때 진짜 이기적으로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아픈데 지금 뭐 다른 게 손에 잡힐 리가 없잖아요. 근데 오히려 그런 상황 덕분에 내 위주로 생각하게 되고, 그런 나의 의지가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 길로 자꾸 끌고 가는 것 같아요. 일을 하다 보면 그냥 이 브랜드에 맞춰서 남들과 똑같이 단순한 마케팅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냥 거기에 길들여진 채로. 근데 저는 마케팅 일을 처음 시작하면서 궁극적으로 나는 기획자가 되어야지, 내 생각에 따라서 브랜드를 움직이고 내가 만든 문장과 단어들이 사람들한테 녹아 들어가는 것들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돼야지라는 마음가짐이이 저한테는 엄청난 이기심이 됐어요. 사실은 저희 회사가 그런 회사가 아니었거든요. 진정성있는 가치를 쫓고, 웰니스라는 개념에 적합한 회사가 아니었는데 끊임없이 제가 이 부분을 기획자로서 설파한 것 같아요. 사실은 제가 걸어갈 그 웰니스라는 길이 뭔지도 몰랐으면서 그냥 이렇게 팔기만 하는 것보다 뭔가 가치를 전하는 브랜드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하는 부분에 포인트가 꽂혔어요. 그렇게 제 이기심에 따라서 회사가 움직여줬어요. 그러다 보니 생각지 못한 국면들을 마주하게 됐죠. 웰니스를 전하려고 하는데 정작 나는 웰니스가 아닌 상황. 그러면서 좀 더 학습하게 됐고, 결국은 그 이기심이 저를 의지있게 만드는 것 같아요.
최정민  만약 나중에 직장을 옮기셨는데 웰니스와는 반대의 컨셉을 가진 회사라면, 그때 지금처럼 웰니스에 대한 본인의 마음들은 어떻게 잘 지켜나가실 만한 각오가 되어 있으신지 궁금해요.
강범수  저는 사실 웰니스와 관련된 활동들을 직접적으로 경험하면서 배운 건 일 너머의 깨달음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단순히 내가 다음 업무를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인사이트 정도면 그냥 거기서 그치지만, 이런 웰니스를 하면서 했던 경험은 말 그대로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우리가 때론 잊혀지지 않는 경험을 하듯이요. 그리고 그 경험들을 통해 내가 이런 걸로 힐링될 수도 있는 사람이다라는 걸 알게 됐어요. 오히려 일을 통해서 제 인생 전반을 관리하는 걸 배운거죠. 다른 회사를 간다고 해도 계속 저는 그렇게 저만의 생활을 잘 영유하지 않을까요? 근데 이걸 몰랐다면 조금 슬펐을 것 같기도 해요. 그냥 기계처럼 돌리는 일을 했었다면, 그리고 내 생각이 제한되고 멈추어진 상태에서 자꾸만 그냥 손만 움직여야 하는 일들을 했었다면 오히려 그게 더 다른 직장을 갈 때 힘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문혜성  진짜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된 거네요.
강범수  저는 생각이 되게 많은 편이거든요. 제가 대학교 때 생각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던 적이 있었어요. 울음이 나올 정도로 너무 많은 거예요. 생각이 많은 게 슬퍼서 그만 좀 생각을 했으면 좋겠는데 이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준이 너무 심한 거죠. 한번은 생각을 아예 멈추고 살려고 의식적으로 자기 암시를 해봤어요. 근데 그렇게 사니까 불면증도 없어지고 잠도 잘 오고 전반적으로 되게 좋더라고요. 그런 말이 있잖아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결국 그 방식이 저한테 편리함을 주긴 했는데 반대로 제 삶은 점점 생각이 멈춰져 가더라고요. 그걸 끊어내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러니까 결국 일과 삶 안에서 균형을 잡는 것. 말씀하신 것처럼 한 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자기 호감을 못 느끼게 되는 것처럼 저도 그 안에서 고민을 하다 보니까 결국 이게 중간 지점을 향해서 가고 있는 느낌 그런 게 좋은 것 같아요. 필요한 거 같아요.
조우연  저도 생각이 많은 사람으로서 공감이 많이 돼요. 저는 생각만 하다가 기회도 많이 놓쳤거든요. 생각을 많이 하는 것도 좋지만 그만 고민하고 일단 먼저 행동을 하는 게 낫지 않나하는 것도 많이 느꼈어요. 적절한 선이 있어야 되는 것 같아요.
강범수  살려면 적절한 선이 필요하지 않나? 이런 완급 조절이 되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생각 많은 사람한테는 좀 그렇더라고요. 다른 분들은 좀 어떠신가요? 생각을 맺고 끊음이 좀 잘 되시는 편인가요?
최정민  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생각을 많이 해서 꽤 괜찮은 결론이 날 것 같다는 그런 문제들이 있잖아요. 그러면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들은 과감히 접어버려요. 마치 싹을 자르듯이.
이혜린  그런 것 같아요.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 있고, 일어나지 않을 일은 내가 뭘 어떻게 해도 안 일어날 거란 것을 경험을 해서 그런지 저도 생각이 진짜 많았는데, 그 시간은 자기 정의의 시간인 것 같아요. 그런 시간들을 통해서 자기가 좋고 싫어하는 거가 명확해지면 생각은 저절로 단순해지는 것 같아요. 내가 아직 뭘 좋아하고 또 싫어하는지 모르니까 그거에 대해서 계속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하나의 길이 딱 명확해지는 순간, 생각을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행동하면, 그 움직임에 맞춰서 일이 다 진행이 되니까요. 그랬던 것 같아요. 저는 그래서 뭐가 좋고, 싫은지 아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조우연  제 안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계속 생각을 많이 하고. 만약 제 안의 기준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었다면 고민을 안 해도 되는 부분은 안 했겠죠?
이혜린  그게 명확해지면 상대방이 질타나 비난을 해도 그냥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해요. 왜냐면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방이 그러면 그냥 너의 의견은 그렇구나, 그럴 수 있구나하고 넘어가는 것 같아요. 저희 직원들한테 뭘 좋아해?하고 물어보면 어린 직원들은 잘 모르더라고요. 그냥 다 좋대요.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그 얘기를 전에 들었을 때 누군가가 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은 거면 좋아하는 게 하나도 없는 거야 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근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냥 다 좋은 게 아니라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거 같아요. 그래서 경험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경험. 사람들 하고 부딪히는 것도 어떻게 보면 되게 에너지 소모가 큰데 그걸로 경험치를 쌓는 거니까요. 그래서 저는 책도 되게 많이 보고, 호기심도 많아서 뭔가 막 이것 저것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송다혜  아까 인간관계의 거리두기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저는 제가 여태까지 살면서 거리두기로 좋은 결과를 많이 봤기 때문에 거기에 큰 공감을 하는 편이에요. 제가 어렸을 때 미술학원을 다녔었는데 그때 중요했던 것 중에 하나가 꼭 멀리서 보는 것이에요, 선생님이 시켜요, 그림을 멀리 좀 떨어져서 보라고. 계속 가까이에서 보다가 멀리 떨어져서 보면 아예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거든요. 그 작업을 안 하면 그림을 완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어요. 그 종이 안에서 전체를 보지를 못하거든요. 그래서 그 작업이 단순한 과정이지만 정말 중요해요. 
거리두기라는 게 식물에게도 사람에게도 중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을 해요. 일상생활에서 하루 종일 고민하더라도 안 풀리는 것들이 자고 일어나면 명쾌하게 정리가 되는 것들이 있잖아요. 물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지만. 그런 것도 일종의 생각의 거리두기인 것 같더라고요. 저는 주로 샤워할 때 생각이 정리가 잘 되는 것을 느껴요. 제 나름의 방법인데, 고민을 하다가 잘 안 풀리면 차라리 그냥 씻으러 갈 때도 있거든요. 잠시 벗어나서 단순하고 반복적인 걸 하면서 정리가 되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생각도 잠깐의 거리를 두고, 하던 생각을 계속 하지 말고 잠시 멈춘다든지 아니면 장소를 옮겨 다른 공간에서 생각을 해본다든지 그런 환기가 좀 필요한 것 같아요.
이혜린  저는 그럴 땐 귀여운 걸 봐요. 그러면 뭔가 생각이 잊혀지더라고요, 내가 고민했던 거에 대해서. 귀여운 걸 보면 거기에 몰두하니까 생각이 좀 리프레쉬되는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귀여운 거 모으는 걸 되게 좋아해서 집에 예쁜 쓰레기들이 되게 많아요. 집 자체를 저는 되게 중요시 생각하거든요. 집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총 집합체고, 나만의 공간이고, 남이 들어올 수 없는 구역이어서 저는 오히려 코로나가 되게 좋았어요. 집 안에서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랑 함께 있을 수 있어서. 굳이 밖에 나가서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안 해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그 안에 다 있으니까요. 그래서 식물 키우는 거를 주변에 추천을 많이 해요.
문혜성  저는 망상을 진짜 많이 하거든요. 쓸데없는 생각. 건설적이고 효율적인 생각보다 진짜 굳이 안 해도 되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리고 제 나름의 방어 기제는 제가 감당할 수 있고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수까지 다 계산을 해둬요. 그런 일이 안 일어나도 이게 마인드 트레이닝 같은 걸 하는 거죠. 그런데 대부분 안 좋은 쪽으로 망상을 하다 보니까 일어난 일이 아닌데 너무 많이 생각해서 이미 일어난 일처럼 체험될 때가 있어요. 그러면 기분이 같이 다운돼요. 어렸을 때 이걸 잘 조절을 못해가지고 기복이 엄청 심했거든요. 되게 감정적이고. 근데 제가 점점 살면서 나한테 도움되는 것들도 많이 해보면서 터득한 나름의 방법은 안 좋은 생각이 갑자기 확 떠오를 때, 좀 부끄러운 고백인데, 제가 말을 타고 있다고 상상을 해요. 그 안 좋은 생각이 말이라고 치고 제가 그 위에서 고삐를 잡고 있다고 상상을 해요. 명상에서 가장 중요한 게 나 자신을 관찰하고 그걸 통해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인데요. 그걸 좀 쉽게 하는 저만의 방법이에요. 내가 말을 타고 있고 이 말 고삐를 잡아야 된다라고 머릿 속으로 시각화하는 거죠. 잡힐 때도 있고 그 말에서 떨어질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점점 에너지를 그쪽으로 안 쓰는 것 같기도 해요.
조우연  공감이 되네요. 맞아, 생각도 에너지가 있어야지.






거실에 가족들이 모두 있지만 다들 각자 있는 것처럼 있는 시간이 있어요. 그러니까 신랑은 TV 보고, 아이들은 책상에서 공부하고, 저는 식탁에서 제가 보고 싶은 책 보고. 다 같이 있지만 각자 자기 돌봄을 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리고 저는 제 시간을 꼭 만들어요. 저는 아직도 아기 엄마라기보다 그냥 최정민으로 사는 시간들이 많아요.


송다혜  각자 되게 자기를 잘 돌보고 계신 것 같거든요. 정민 님은 사람을 돌보는 인사팀에 계시고, 아까 두 딸과 남편 이렇게 돌보고 계신다고 하셨는데 집에도 사람이 많잖아요. 어떠세요. 그러니까 어떻게 자기를 돌보고 계세요?
최정민  회사에서 여성 관리자 워크숍에 갔을 때였어요. 워라밸이 몇 점이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대부분 그 밸런스가 안 맞으시더라고요. 일에 한 90, 100을 쏟아서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거예요. 이렇게 얘기를 하시던데, 저는 사실 제 삶의 만족도가 엄청 높거든요. 100점 이상이에요. 거실에 가족들이 모두 있지만 다들 각자 있는 것처럼 있는 시간이 있어요. 그러니까 신랑은 TV 보고, 아이들은 책상에서 공부하고, 저는 식탁에서 제가 보고 싶은 책 보고. 다 같이 있지만 각자 자기 돌봄을 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리고 저는 제 시간을 꼭 만들어요. 예를 들면 아이가 학원을 가면 한 두세 시간 있거든요. 압구정에 무슨 학원을 다니면 그 3시간 동안 저는 접는 자전거 트렁크에 넣고 한강을 돌아요. 아이가 또 다른 학원 가면 그 앞에서 테니스를 배운다든지. 운동하는 걸 좋아해요. 보통 친구 엄마들은 '나는 그냥 집에서 아이를 기다리며 있어. 주말에 심심해.' 그래요. 나는 아이가 학원에 나랑 같이 간다고 하면 너무 좋은데. 오늘 아빠랑 간다고 하면 싫고. 그럼 집에서 그냥 엄마처럼 일해야 되잖아요. 청소도 하고 막 이래야 되는데. 저는 그 틈새의 시간들을 저를 위해서 잘 써요. 회사에서도 혼자 점심 여행이란 걸 만들었어요. 회사가 광화문인데 따릉이를 타고 '오늘은 아라리오 미술관에 갔다가 1층 프릳츠 커피를 먹고 오겠어' 이렇게요. 이렇게 점심 여행 갔다오면 점심 여행 카드를 만들거든요. 만약 회사 동료가 저한테 오늘 점심 같이 먹자고 하면 제가 준비한 여러 점심 여행 카드 중에 몇 개를 보여주고 어느 코스가 좋겠어? 이러면서 같이 다니고. 저는 아직도 아기 엄마라기보다 그냥 최정민으로 사는 시간들이 많아요.
송다혜  성공한 사람들이 시간을 이렇게 쓴다고 하잖아요. 시간을 되게 잘 쪼개서 쓰시네요.
최정민  네네. 신랑이랑 맞벌이인데 신랑이 모르는 저의 삶이 사실은 많거든요. 신랑은 컨설팅을 해서 출근이 빨라요. 한 5-6시면 나가고 저는 신랑이 가면 빨리 운동복을 챙겨 입고 지하철역 근처에서 운동을 한 시간 하고 출근하거든요. 친구들이 골프를 배우자고 해서 골프를 배우는데 신랑은 제가 골프를 하는 걸 모르죠. 모든 걸 가족과 다 공유하지는 않고요. 그냥 그 안에서 저 혼자인 것처럼 살고 있어요.
문혜성  근데 아까 다른 분들이 어떻게 어린 나이에 이렇게 생각했지라고 말씀하셨는데, 오히려 제 생각에는 이미 그렇게 하고 계셨던 것 같아요. 그냥 이 모든 걸 언어로 개념화시키는 걸 나중에 하신 듯한 느낌이에요. 이미 그렇게 살고 계신 것 같아요.
최정민  그렇게 살고는 있었지만 여기 계신 분들처럼 삶에 대해 고민을 깊이 하거나 내가 어떤지 들여다보거나 이런 시간을 갖진 않았어요. 그냥 나는 소중하니까 내 시간을 내가 잘 보내야겠어- 이런 결론부터 시작해서 지켜온 거라.
강범수  그렇게 시작할 수 있는 게 부러워요.
조우연  저도 부러워요. 내가 소중하다는 거를 알고 있다는 게. 저는 몰랐거든요. 나를 위한 삶을 잘 살고 계신 것 같아요. 
송다혜  이미 목적 지점에 다다라 계신 것 같습니다.
최정민  이제 지구를 돌보려고요.
조우연  내가 나를 잘 돌봐야지 이렇게 외부로 향할 수가 있는데, 나도 못 돌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하겠어 라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들거든요. 나를 돌보는 게 먼저 돼야 된다는 생각을 해요.
최정민  저는 이 일을 시작하신 두 분도 되게 존경스러운데. 왜냐하면 월급쟁이들은 하루에도 몇 번 씩 내가 이 놈의 회사를...! 그래도 그걸 못 벗어나거든요, 여기가 되게 안전한 곳인 걸 알고 있어서. 퇴사하는 사람들은 진짜 용감한 사람인데 게다가 본인의 가치관을 담은 일을, 그렇다고 막 소득이 보장된 것도 아닌 상태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시는 용기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조우연  그런 용기는 어디서 나오나요? 나에 대한 믿음인 건가?
최정민  그렇죠. 당연히 그건 있으실 것 같아요. 재벌 2세신가?
문혜성  계속 회사 생활을 했었고요. 저도 늘 농부되고 싶었거든요. 근데 용기가 안 났어요. 왜냐면 연고도 없고, 회사 생활하니까 안정적이고. 그래서 그냥 언젠가, 나중에 이런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제가 이직을 진짜 많이 했거든요. 거의 1년에 한 번 꼴로 해서 회사를 총 10개를 다녔어요. 어느 포인트에서는 제일 쉬운 게 이직이었는데 나이 드니까 이직이 너무 힘든 거예요. 그러니까 아예 달라졌었어요. 기준이나 난이도도 다르고, 저한테 요구하는 것도 다르고... 그러다가 프리랜서가 됐는데 2년 차에 코로나가 터져가지고 그때 일적으로 고민이 많았었죠. 저 포스터에 있는 슬로건처럼, 인생이 너한테 흙을 주면 거기다 씨앗을 심어라, 한 마디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라는 거잖아요. 그 때 진짜 위기였거든요. 그래서 이때다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냥 아예 농업으로 전업하자. 누군가가 어떻게 이렇게 시작할 수 있었냐, 어떻게 하면 좋겠냐 라고 물어보시면 저희는 꼭 하고 싶은 거면 해보라고 말씀드릴 것 같아요. 경험해보는 것 자체가 좋고, 내가 살고자 하는 가치관대로 끌고 갈 수 있어요.
최정민  이렇게 사장님들 보면 '저 사람은 원래 사장감이었어, 원래부터 저런 자질이 있을 것 같은데.' 막상 들어보면, '아니야, 나도 너희랑 다르지 않아.' 하지만 그래도 그걸 보는 사람 입장에서 '원래 저런 능력이 있으셨던 걸 거야.' 이런 생각이 드는 거야. 왜냐하면 저도 에너지가 많은데 사실은 퇴사해야지, 하고 싶은 걸 해야지라고 하는데 안 되는 거잖아요. 그냥 회사 안에서 즐겁게 사는 방법으로 사는 건데. 뭔가 '그냥 해보세요.'라기 보다는 뭔가 안에 강력한 게 있으셨을 텐데, 그걸 좀 꺼내주시면! '이것 때문이었지!'
문혜성  말씀하셨던 사장감이면 그게 다혜예요. 다혜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정민  어떻게 용기가 나셨지?
송다혜  항상 혜성 님은 저렇게 얘기를 하시는데... 저는 제가 사장감이라기 보다는 항상 제 걸 하고 싶은 마음이 뚜렷하긴 했어요. 예전에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사실 워라밸이라는 게 별로 필요하지가 않았어요. 왜냐하면 저는 일이 너무 재밌어서 되게 진심을 쏟아부어서 했어요. 그래서 워라벨이 무너져도 괜찮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일에 에너지를 많이 쏟아부었는데 그동안 다녔던 회사에서는 그것만큼 아웃풋이 나오지 않았어요. 회사의 내부적인 일이나 아니면 외부의 다른 어떤 일들로 인해 우리가 노력을 쏟아낸 프로젝트들이 다 항상 고꾸라지는 거예요. 페이퍼로만 끝나는 거죠. 그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결과물이 계속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아 이것 참 언젠가는 내 거를 하고 싶은데. 만약 회사 안에서 그게 충족이 됐다면 그런 니즈가 없었을 것 같은데 계속 상황이 그렇게 반복되다 보니 내 거 하고 싶다는 그런 마음이 더 강해지는 거예요. 내 일을 내가 컨트롤 하면 어떻게든 하겠지. 제가 디자인을 하다 보니까 다행히 하고 싶은 건 직접 만들어낼 수 있어서 그런 생각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회사를 그만두고 고민하다가 어느 날 혜성 님 집에 놀러 갔는데 '나 농부가 될 거야, 너도 한번 키워봐.' 그렇게 처음 키워본 씨앗이 와일드 루꼴라였던 것 같아요. 다음 날 아침에 얼마나 자랐을까 궁금해서 눈이 절로 떠지고. 그 새순이 나오는 순간에 저도 큰 에너지를 얻었고, 이 감정이 나만 느끼는 게 아닐 것 같은데! 다들 이거 해보면 너무 좋을 것 같은데! 그래서 이것 좀 어떻게 해보자 얘기를 하다가 제품으로 만들게 됐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이라 이 브랜드는 그냥 저희 그 자체예요.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우리가 필요하니까 다른 사람들도 필요할 거야, 이런 거 필요한 사람 분명히 있을 거야 해서 만들고 하다 보니까. 지금의 워라밸은 예전 회사 다닐 때 비하면 더 바닥이 됐죠. 네, 집도 가까운 마당에.
최정민  그보다 되게 평화로워 보이세요. 한 4시면 퇴근하시는 되게 행복한 모습이신데.
송다혜  퇴근은 되게 늦게 하는데 심리적으로는 피곤하지 않아요. 그게 제일 큰 차이인 것 같아요.
문혜성  저는 다혜 님이랑 되게 반대 성향이거든요. 마치 저희가 앉아 있는 위치처럼. 자기 시간이 완전 필요한. 일은 그냥 일이었어요.
최정민  그럼 이것도 좋아하시는 일인데, 일은 일이신 거네요.
문혜성  이게 약간 달라요. 직장을 다니면서 일은 그냥 일. 돈 나오고 생활할 수 있는 일. 이 정도였는데 늘 직장을 옮긴 이유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려는 거였거든요. 그러니까 일이 재미없는 것도 아닌데 늘 마음은 어딘가 다른 데 있었어요. 지금은 평생 해보고 싶었던 일로 이렇게 길을 깔고 있고, 정말 실행하는 상황이 되니까 또 그냥 생활이 되더라고요. 새롭게 발견한 제 모습에 적응하는 중이에요. 이건 일이야라는 느낌보다도 그냥 생활이 되어버린. 그래서 아까 범수 님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고민도 항상 하고 있어요. 이 브랜드는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저희가 그냥 브랜드가 된 거예요. 언젠가 저희가 발신하는 메시지랑 저희의 실제 상황이 너무 괴리가 생기게 될까봐 고민이 돼요. 방향성을 잃을까봐서요. 저희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반문해요.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따라서 브랜드의 방향성이 바뀌는 거니까요.






나한테 자꾸 안 좋은 모습을 보일 때 그래도 내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모습으로 발현시키기 위해서는 그 관계의 토양을 바꿔준다라는 생각으로 실험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이 사람이 사실은 애초에 뭔가 어떤 부분이 모자라거나 잘못된 게 아니라 저와의 관계에서만 그런 모습을 보일 수가 있는 것 같아요.


송다혜  오늘 각자 다른 대상을 돌보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했는데요. 저희가 식물을 돌보면서도 느끼는 거지만 꼭 나를 돌보고 있다고 생각을 하지 않더라도 무언가 내가 아닌 다른 대상에 관심을 쏟고 돌보는 그 과정 자체가 또 다시 나를 돌보는 힘이 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런 의미에서 그 돌보는 과정이 각자 본인들에게 어떤 의미를 남겼는지 혹시 해주시고 싶은 얘기가 있으신가요? 혹은 돌봄이라는 것이 각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각자의 돌봄이 변화를 많이 만들어준 것 같기도 하고요.
최정민  오늘 대화에서 힌트를 많이 얻었어요. 회사에서의 저는 마음 정리를 잘 해가고 있는 중인데, 아이들에게도 늘 잔소리하는 그런 엄마가 되지 말아야겠다 싶어요. 아이가 원하는 게 아닌 제가 원하는 것들, 내가 많이 살아봐서 좋은 걸 알려주려는 마음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내가 강요하는 삶을 아이들한테 말했던 것 같아서  적당한 거리두기를 오늘부터 좀 연습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신랑은 제가 이제 돌봄을 포기했다고 했잖아요. 오히려 아이랑은 어느 정도 거리가 있지만 남편은 더 사랑하는 사람이어서 작은 상처도 더 크게 남아서 더 밀어버리게 되더라고요. 마음에 안 드니까 이제 안 돌봐 이런 게 아니고요. 계속 같이 살아야 되니까 다시 좀 이렇게 양지로 데리고 와서 신랑의 좋은 면을 찾아볼까요? 나타나야 할 텐데. 왜냐면 이제 아이들이 있으니까 신랑과의 거리를 거리라고 생각 안했고 크게 티가 안 났는데, 이제는 좀 용기 있게 가까이 데려와 보도록 하겠습니다. 속으로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엄청 큰데요. 오늘의 교훈은 신랑의 돌봄을 시작해봐야겠다. 잘 할 수 있을까요?
문혜성  잘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미 본인을 너무 잘 돌보고 계시는 걸 보면 되게 양질의 토양을 갖고 계신 것 같아요. 상대방과의 관계라는 건 어쨌든 상호작용이잖아요. 나한테 자꾸 안 좋은 모습을 보일 때 그래도 내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모습으로 발현시키기 위해서는 그 관계의 토양을 바꿔준다라는 생각으로 실험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이 사람이 사실은 애초에 뭔가 어떤 부분이 모자라거나 잘못된 게 아니라 저와의 관계에서만 그런 모습을 보일 수가 있는 것 같아요. 저희 밭에 되게 다양한 식물들을 심어놨는데 저 토양 상태를 저희가 평균치로 맞춰놓긴 했지만 각각의 식물마다 좋아하는 토양 상태가 다르거든요. 어떤 식물은 저기서 되게 잘 자라는데 어떤 식물은 또 못 자라고 그래요. 양질의 비료를 많이 넣었음에도 어떤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하는 건 사실 그 식물이 원하지 않아서일 수 있겠죠. 그런 식으로 환경을 조금씩 다르게  맞춰주시다 보면 더 받아들이기 쉬운 모습으로 피어나시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최정민  좋은 솔루션인 것 같아요. 반성하게 되네요.
조우연  저는 식물을 돌보면서 나를 돌보는 방법을 배웠던 것 같아요. 식물을 집 안에 하나 둘 들이면서 그냥 관찰하게 되고, 계속 바라보다 보면 애정을 가지게 되고, 저 자신도 그냥 이렇게 바라보면서 돌보게 돼요. 사실은 바라보고 싶지 않은 나지만 자꾸 바라보는 연습을 하고 관찰을 하면서 그 속에서 뭔가 애정이 조금씩 생기고 있거든요. 지금 저 자신을 아주 사랑한다고는 말을 못하겠지만 그래도 너는 이런 사람이야 직시하면서 인정을 해주고, 그 속에서 나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뭔가 애정이 조금씩 피어오르는 것 같아요.
이혜린  저는 돌봄이라는 단어 자체가 상위권에 있는 사람이 하위권에 있는 사람에게 하는 행위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근데 이렇게 얘기를 나누다 보니 모두 평등한 관계에서의 돌봄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강범수  이런 대화들을 기준으로 조금 더 좋은 출발점이 될 것 같아요. 돌봄이라는 것에 대해서 우리가 이렇게 얘기를 했지만, 사실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어떤 게 나한테 진짜 돌봄인지 그리고 제가 돌보고 있는 것들이 정말 잘 돌봐지고 있는 건지 오히려 이런 대화들을 통해서 조금 더 돌봄에 대한 생각들을 조금 더 편하고 여유롭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습니다. 열린 결말.
최정민  말씀 듣다 보니까 하나 힌트를 더 얻었어요. '저는 이제 신랑을 돌볼게요'했는데, 사실 돌봄은 선택하는 게 아닌 것 같은 거예요. 내가 뭐라고 '널 돌봐줄게' 이런 식으로 제가 말한 것 같아서 반성하게 되네요. 제 바운더리에 있는 사람들을 다같이 돌보는 거라는 그런 느낌이 드네요. 제가 말을 너무…
송다혜  아니에요, 아니에요.
강범수  생각의 순환이 엄청 빠르고 건강하시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정민  저도 개인적으로 농부가 되고 싶은데, 신랑이랑 의견은 잘 안 맞지만, 그래서 저도 도시 농부 학교 같은 것도 보거든요. 근데 대부분 다 낮에 하거나 주말에 종일 하더라고요. 나중에 농부가 되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주시면...
문혜성  저도 그 길을 못 찾아서… 그냥 실천인 것 같아요. 사실 할 거였으면 방법은 정말 많은 것 같더라고요. 방법은 진짜 많고, 어떻게 하느냐도 정말 잘 나와 있고. 다만 그 실천에 있어서까지 살았던 환경과 주어진 모든 것을 완전 전복해서 갈 수 있느냐에 대한 의지의 문제인 것 같은데. 저는 전업농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또 아니었거든요. 그냥 귀촌 생활에 좀 가까웠던 것 같고 정확히는 퍼머컬처라는 일종의 라이프 스타일을 선망했던 것 같아요. 그런 소작농의 삶을 꿈꿨고 그랬다면 사실 N잡이 됐었어야 되는 거거든요. 그 농작물을 팔아서 살고 싶은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그래서 항상 저한테 맞는 다른 대안을 찾으려고 고민했고, 도시 농업이라든지 식물 공장, 스마트팜 이런 쪽으로도 알아봤는데 지금은 저한테 맞는 옷을 입어서 다른 식으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조우연  저도 스마트팜 알아봤는데 굉장히 비용이 많이 들더라고요. 5~6평 얼마 안 되는 거에 억 단위로 들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도시 농부 살짝 꿈꿨다가, 그렇구나... 그랬죠.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 자체도 너무 싫어했는데 요즘엔 그 알을 한번 깨보고 내가 이런 면이 또 있을 수도 있으니까 많이 부딪혀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사실 여기 나올까 말까 엄청 고민했거든요.


다혜  저희가 이 자리를 이제 세 번째 하면서 느끼는 건데요. 처음 라운드테이블을 하고 나서 이런 대화하니까 굉장히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얘기를 저희끼리 나눴어요. 친구들하고도 할 수 있는 얘기이긴 하지만, 사실 친구들하고 이런 얘기를 잘 하진 않잖아요. 깊은 주제에 대해서 한두 시간 정도를 이렇게 처음 보는 사람들이랑 깊이 나눈다는 것 자체가 저희도 새로웠고. 이렇게 세 번째 하고 나니까 드는 생각은 어쩌면 처음 보는 사람들이라서 모르는 사람들이라서 이렇게 깊이 편하게 좀 얘기를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 앞으로 다시 보기는 어려울 거고 아마도?
문혜성  저희는 항상 여기 있지만…
송다혜  그래서 더 가볍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 완전히 사적인 얘기도 더 편하게. 다들 어떠셨나요? 사실 예상보다는 시간이 많이 지나서, 혹시 다음 일정이 있으실 수 있으니까 일단 마무리 할게요. 더 편하게 계시다 가셔도 되는데. 시간이 괜찮으셨나요?
조우연  이런 주제로 얘기를 해본 적이 없어서 저는 되게 재밌고 신기했어요. 또 말씀하신 것처럼 잘 모르는 사이니까 오히려 더 깊은 얘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가까운 가족이라던가 지인한테는 오히려 힘든 시간이 있었어도 그걸 꺼내기가 되게 어려운 사람이어서, 그래서 이런 자리를 또 찾아다닐 것 같기도 해요.
최정민  저는 잘라진 꽃보다 화분을 좋아하는데 사실 돌보는 건 못 했었거든요. 두 분처럼 식물을 키우면서 새순이 나오는 경험을 해보고 싶은데 혹시 추천해 주실 씨앗이 있으면 오늘 같이 데리고 가고 싶습니다. 씨앗을. 
송다혜  회사에서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되세요?
최정민  회사도 되고요. 집에 있다가 아이들 책상에도 놔두면서 두 분이 느끼는 그런 희열을 좀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문혜성  마무리하고 제가 바로 추천해드릴게요.
최정민  전 되게 궁금한데 이걸 하시면서 지향하는 것들이 있으신 거예요? 돈을 많이 벌자라고 시작하신 일은 아닌 게 당연히 느껴지고, 씨앗으로 뭔가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으셨던 것 같은데 그 끝은 무엇일지 궁금하거든요.
문혜성  시작은 진짜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희가 좋으니까 이거 필요한 사람 있을 것 같다. 공감해 줄 사람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정말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을 했어요. 안그래도 저희가 최근에 그 주제로 얘기할 거리가 많아서 글을 쓰고 있는데요. 궁극적으로는 돌보는 사람들을 많이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더 정확히는 식물을 기르는 사람들인 거겠죠. 그런 기르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제품이나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직간접적인 식물 경험을 만들고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저희가 의도한 걸 알아봐주시고, 개인적인 감상으로 피드백을 주실 때 큰 보람을 느껴요. 마음의 위로가 됐다든지, 씨드키퍼를 통해 식물에 입문해서 식집사가 됐다. 이렇게 말씀을 해주시면 너무 기뻐요. 조금은 주제 넘게, 저희가 나이 들어가는 대로 씨드키퍼라는 브랜드도 저희 삶에 이끌려 갔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브랜드에 브랜드 이끌려 가는 게 아니라... 그러면 제일 좋을 것 같아요.
송다혜  제가 <금쪽같은 내새끼>를 좋아해요. 그 프로그램도 같은 맥락이거든요. 처음 봤을 때도 이게 단지 아이들만을 위한 프로그램 같지가 않더라고요. 그냥 성인들을 위한 프로그램 같았어요. 그런 맥락에서 이런 건 모두가 다 알아야 된다는 생각이 들다 보니까 식물을 키우는 것도 사람들한테 취미보다는 교양처럼 여겨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과정이 좀 어렵고 힘들더라도, 의도치 않게 자꾸 죽이게 되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 키워보고 짧은 깨달음이라도 얻는 기회를 만나보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식물 돌보기를 교양 과목으로서 접할 수 있도록 해보고 싶어요.
최정민  초등학교에서 이런 수업하면 너무 좋을 것 같은데. 이제 세상이 디지털화돼서 가상 세계에서 많이 논다고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오프라인 공간의 중요성이나 갈등이 커지잖아요. 아이들이 이제 그런 식으로 놀다 보니까 생명체를 만나면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낯설어 하고, 감정을 교환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근데 씨앗은 일단 상대가 나한테 주는 상처는 없으니까 그렇게 아이들이 관계에 대해 경험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조우연  생명 감수성을 높이는 작업이 될 것 같아요. 아이들한테 굉장히 좋은 경험일 것 같아요.
최정민  씨앗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너무 기분 좋아요.
조우연  화분 이런 거랑 다르잖아요. 가능성이 있고, 거기서부터 나오는 무한한 에너지가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씨드키퍼라는 브랜드가 나왔을 때 정말 이분들 대단하다 생각했어요. 한 끗을 이렇게 캐치해서 브랜딩을 하셨구나 하는 점이 부러웠어요. 많이 많이 부러웠어요.
최정민  공간도 와서 보고 두 대표님의 가치나 철학을 들어보니까 씨드키퍼가 더 반짝반짝 근사해 보이네요. 
조우연  내 삶이 브랜드가 되고 그 브랜드가 많은 사람들한테 공감을 받는 건 어떤 느낌일까? 나도 저런 작업을 해보고 싶다. 이런 생각도 들고
최정민  혜린 님의 빵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이런 컨셉이나 철학, 갖고 계신 생각들이 너무 근사하셔 가지고 그런 게 담겨 있는 빵이라면 다른 빵 안 먹고 당연히 여기 가서 빵을 먹게 될 것 같아요.
문혜성  굉장히 맛있어 보이고 멋있는.
송다혜  혜린 님 아까 말씀하시는데 항상 주관이 되게 명쾌한 게 느껴졌거든요. 뭔가 빵도 그럴 것 같아요.
이혜린  고집쟁이어서, 좋아하는 게 뭔지 아니까요.
최정민  그러면 스스로 좋아하는 걸 만드세요? 아니면 빵은 사러 온 사람을 위한 것이니 오는 사람이 좋아하는 빵과의 비중이 어떤가요?
이혜린  저는 객관화를 되게 잘 하는 편이라서 스스로한테도 그게 심해요. 채찍질이 좀 심한 편이에요. 나르시시즘은 못 하고요. 한 우물을 파면 내 게 최고야 내 게 제일 맛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그런 생각은 안 하고 늘 항상 한 발자국 뒤에서 저를 관찰해요. 너무 너무 빠져들진 않았을까 나만 좋아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솔직히 맛있는 거는 다 맛있잖아요. 제가 맛있으면 남들도 맛있고 하니까 제 입맛에 제일 맛있다고 느껴졌을 때 남한테 대접해도 맛있겠다라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맛있는 걸 많이 먹으러 다니죠. 뭐가 맛있는지 알아야 하니까요.
조우연  자기에 대한 믿음이 있네요.
이혜린  내가 되게 열심히 했는데 틀어졌다고 해도, 이게 더 좋은 발판이 돼서 다른 방향으로 내가 가게끔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늘 해요. 이쪽 길이 없어졌다고 길이 아예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그럼 다시 저쪽 길로 가는 거죠. 운명에 순응하는 편인 것 같아요. 뭔가 다 이유가 있겠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요. 인생은 짧잖아요. 너무 짧더라고요.
최정민  저는 정말 얼마 안 남아가지고…
이혜린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아도 짧은 인생에 이것 저것 고민하는 것도 좀 아깝다는 생각이 최근에 문득 들어서 안 해보던 것도 많이 해보려고 노력해요. 이런 모임에 참여하는 것도 되게 기피 했거든요.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 자체도 너무 싫어했는데 요즘엔 그 알을 한번 깨보고 내가 이런 면이 또 있을 수도 있으니까 많이 부딪혀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사실 여기 나올까 말까 엄청 고민했거든요.
문혜성  와주셔서 감사해요.






<가장자리> 라운드테이블 003

진행 일시: 2022년 10월 20일
진행 시간: 120분 4초 
참여자: 강범수, 이혜린, 조우연, 최정민
기획/ 진행/ 녹취록 작성 및 편집: 씨드키퍼



<가장자리> 라운드테이블은 다양한 '돌보는 사람들'이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이야기장입니다.
라운드테이블은 계속해서 비정기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전시 또는 책 등 다양한 형태의 모습으로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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