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 삶]식물이 아플 때는 탐정이 되어보자.

2024-11-11
조회수 191

상한 곳 하나 없이 진한 초록빛으로 오동통하던 잎이 오래된 잎, 어린 잎 구분 없이 
끝부분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점차 범위가 넓어지기 시작했어요. 갈변된 잎은 빠르게 마르기 시작했습니다.


애지중지 길러 그만큼 아껴왔던 로즈메리가 최근 잎끝이 군데군데 갈변되더니 빠르게 상태가 안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딱히 이렇다 하게 바뀐 환경이 없어 답답하던 차 원인이 될 만한 것들을 하나씩 되짚어보기로 했어요.


흙이 건조하거나 또는 젖어있는가? 
흙은 평소와 다름없는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었어요. 최근의 흙 상태를 떠올려 보면 흙이 지나치게 축축해서 너무 천천히 마른다거나, 계속해서 건조한 상태로 유지되었던 것은 없었어요. 로즈메리는 물을 좋아하지만 동시에 배수가 잘되는 건조한 환경에서 자라야 하는 무척이나 까다로운 식물입니다. 이는 로즈메리나 라벤더, 타임 같은 지중해성 허브들의 공통된 특징인데요. 그중에서도 로즈메리는 흙 상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한참 돌보던 중 갑자기 ‘어려운 조건에서도 잘 키울 수 있지’하는 도전 정신이 불어 일부러 흙이 더디게 마르는 유리분에 심어보기도 했었습니다. 그래도 원예용 상토와 마사의 비율을 6:4 정도로 섞어 배수가 좋은 기본 흙을 만들고, 물마름 정도를 수시로 체크하며 지난 반년을 어려움 없이 키웠습니다. 무덥던 여름에도 실내에서 문제없이 자라며 천천히 줄기가 목질화되고 있던 튼튼한 개체였어요.


빛을 충분히 보고 있는가? 
하루 6-8시간 정도의 많은 햇빛을 필요로 하는 로즈메리는 빛이 부족하면 쉽게 시들고 약해집니다. 계절이 바뀌며 스튜디오의 일광도 바뀌었지만, 로즈메리는 하루 14시간 운영되며 일정한 빛을 공급하는 식물생장등 아래에서만 자랐기에 이또한 딱히 변화의 원인은 아닌 듯 합니다. 로즈메리는 잎이 바늘처럼 얇고 뾰족해 증산작용이 활발하지 않은데 잎에서 나오는 수지로 수분증발량이 더 적어져요. 이때 빛 부족으로 광합성까지 이뤄지지 않으면 잎에서 빠져나가는 수분량이 더 적어지게 됩니다. 잎으로 물을 뱉어내고 또 뿌리로 끌어올려야 하는데, 이런 대사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 그만큼 흙도 잘 마르지 않고 뿌리도 약해집니다.


통풍이 원활한가? 
로즈메리는 바람을 무척 좋아합니다. 실내에서 키울 때 병이 생기는 이유 중 하나가 식물 주위로 환기가 원활하지 않아서입니다. 로즈메리의 경우 공중 습도가 밀집되면 흰가루병이, 고온•건조하면 응애가 쉽게 생기곤 합니다. 이때 통풍에만 신경 써도 이런 병충해 걱정이 조금은 줄어들어요. 스튜디오는 수시로 문을 열어 환기하고 있고, 최근에는 날이 좋아 계속 문을 열어두고 있었기에 변화의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정말 바뀐 게 없는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가을로 접어들면서 최근 액체 복합 비료를 준 적이 있었습니다. 최근 한 달 사이 대략 두 차례 소량 관수했어요. 천천히 흙에 스며드는 완효성의 고체 비료보다는 좀 더 빠르게 작용할 수 있도록 속효성의 액체 비료를 사용했는데요. 시기상으로 봤을 때 두 번째 비료를 주고 난 이후 눈에 띄게 상태가 안 좋아졌던 것을 보면 로즈메리가 견딜 수 있었던 한계를 그 시점에 넘어갔던 것 같아요. 식물의 영양소가 되는 원소들은 흙의 pH에 따라 흡수 여부가 달라지는데, 일반적으로 pH 5.5~6.5 사이의 약산성에서 안정적이에요. 흙이 알칼리화되거나 산성화되면 식물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병들게 됩니다. 짧은 기간 사이에 두 번이나 비료를 준 것이 작은 로즈메리 화분에는 과했던 모양인지 지나친 비료 공급으로 인해 흙이 산성화되었고, 그로 인해 뿌리가 식물 성장에 필요한 양분들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면서 잎이 갈변되기 시작한 것 아닐까 예측해 봅니다.


갈색으로 마르는 잎은 정도에 따라 일부만 잘라내 나머지 잎들이 광합성을 할 수 있도록 합니다.



해결 방법 
갈변된 잎은 손상된 정도에 따라 끝을 조금만 잘라내거나 전체 잎을 떼어내줍니다. 무엇보다 원인이 부적합한 흙이라는 것을 대략 파악한 이상 옮겨심기가 필요합니다. 펄라이트와 마사처럼 배수가 잘되는 소재를 원예용 상토와 5:5로 섞어 흙을 만들고, 화분은 통기성과 배수성이 좋은 피트팟으로 변경했어요. 물이 고이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해 로즈메리만 특별하게 피트팟 가장 밑바닥에 폴라이트를 배수층으로 한 겹 정도 얇게 깔았습니다. 최대한 환경 변화에 따른 충격을 덜기 위해서 뿌리 흙을 전부 털어내지는 않았는데요. 이미 뿌리 주변 흙이 젖어있었기에 분갈이 직후에는 바로 관수하지 않고, 다음 날 이른 오전 첫 관수는 흙이 골고루 잘 젖을 수 있도록 충분히 했어요. 


로즈메리 물주기 
물이 부족한지 충분한지는 흙을 만져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또 로즈메리 잎과 줄기를 관찰하면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데요. 물이 부족하면 위쪽 줄기가 고개를 떨구듯 쳐지거나 잎이 뒤쪽으로 살짝 말리게 됩니다. 수분을 머금은 로즈메리 잎은 뒷면이 잘 보이도록 판판하게 펴져 있어요. 로즈메리의 뿌리는 건조한 것을 좋아하지만, 잎으로는 수분을 빨아들이는 것을 선호합니다. 하루에 한 번 잎 주변 공중에 스프레이로 물을 뿌려주고, 공중 습도는 50% 이상을 유지해 가을과 겨울철 지나치게 건조해지는 것을 주의합니다.


옮겨 심고 일주일이 지났는데 어린 잎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것을 보니 뿌리가 잘 활착된 것 같습니다.


당분간은 로즈메리가 새 흙에 적응하고 있는지 꾸준하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옮겨 심은 직후부터 빠르게 잎이 갈변되는 것을 멈췄고, 일주일 정도 지나니 어린잎이 마르는 현상도 더는 나타나지 않았어요. 이 주일 지난 시점부터는 새잎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식물이 새잎을 낸다는 것은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보동보동한 어린잎이 마르는 일 없이 자라는 것을 보니 양분 공급도 적절하게 되는 듯 합니다. 뿌리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할까봐 노심초사했는데, 기특하고 고마운 마음마저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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